"심야절전과 도시야경"

한국의 도시 야경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심야조명을 금지시키고 있어서다.

전기를 절약하고 과소비 분위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는게 명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정 이후 새벽 6시까지 상점들은 특정상가를
제외하고는 옥외광고물에 조명을 비출 수 없고 주유소도 이 시간에는 조명을
밝힐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디자인업계는 환경 디자인에 무딘 한국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밤거리가 아름다워야 관광객이 몰립니다" 전시행정 때문에 도시야경의
아름다움은 물론 경제적손실까지 초래하게 됐다며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많다.

선진국에서는 건물의 외벽 조명에 소요되는 전기료를 정부가 부담할 정도로
야경 꾸미기에 신경쓴다.

프랑스의 리옹시와 일본의 교토시는 조명디자인 계획을 통해 멋진 밤
풍경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홍콩 청마대교,일본 아카시대교등은 조명의
화려함으로 관광객의 발을 끄는 명소가 된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밤 풍경의 중요성에 눈을 떠가고 있긴 하다.

남대문 조명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 등 대형건물에 전문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옥외조명이 늘고 있는 것.

정부의 심야조명 금지조치는 이같은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게 디자인
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밤거리의 아름다움을 잃으면서까지 절전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더 낼
수 있을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