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궁 뒤에 자리잡은 정동극장(극장장 홍사종).

일개 극장에 불과한 이곳이 대표적인 민영화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97년 문체부 산하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뒤 "문화예술 주식회사"로
변신해 눈부신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4만8천4백23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8억4천5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96년 3억2천3백여만원에 비해 2.6배나 늘어난 것.

직원수는 오히려 24명에서 19명으로 줄었다.

올해들어 3월까지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2.5배나 신장했다.

이중 외국인 관람객들이 30~40%를 차지한다.

정동극장의 성공비법은 민간식 경영기법 도입이다.

상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다.

절박한 생존현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예산의 50%만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극장수입으로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먼저 극장안에 마케팅부를 발족시켰다.

문화가 상품이라면 영업과 홍보는 필수란 판단에서다.

관객을 찾아 나섰다.

직원들이 직접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뿌렸다.

여성전용사우나까지도 홍보의 무대였다.

텅텅비었던 좌석이 차기 시작했다.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동극장은 마케팅부를 운영하는 유일한 문화단체다.

이어 극장운영에도 매스를 댔다.

시간과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올리기 위한 취지에서다.

차한잔 값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직장인을 위한 정오의 음악회"를
마련했다.

시청주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겨냥한 것이다.

학생층의 오전시간을 겨냥해 인근 농업박물관과 공연관람을 묶어
"문화특활"이란 패키지 상품을 개발했다.

오후2시부터는 "가정주부를 위한 음악회"를 신설했다.

주말엔 극장의 쌈지마당에 벼룩시장을 열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지난해 8천6백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 미화 7만7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정동극장의 새로운 경영방식과 마케팅 아이디어는 국내 문화계는 물론
공기업들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유병연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