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직원 30명중 12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한
정보제공(IP)업체가 신문에 보도됐다.

이 회사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양팔을 빼놓고는 온몸이 마비된 직원도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그는 자리에 누운 채로 자신의 몸위에 고정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면서 일을 한다.

일반인들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자기 직업에
만족하며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승리의 숭고한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마터면 신체장애로 잃어버릴 뻔했던 자신의 삶을 되찾은 젊은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상을 보여준 회사의 결정 역시 감동적이었지만 컴퓨터회사에
일하는 필자로서는 남다른 감상을 갖게 됐다.

그것은 바로 현대사회,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사회에서 차지할 컴퓨터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 근로자에게 만약 컴퓨터라는 물건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에게 있어 컴퓨터는 자아를 실현하도록 노동을 가능케하는 기계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따뜻한 도구이며, 열린 세계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다.

20세기 초반부터 본격 등장한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생활의 풍요와 안락함을
안겨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특히 과학기술 만능의 풍조는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하고 사람을 기계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통신과의 결합으로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도구로
자리잡았지만 개인을 점차 소외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엷게 하며 심지어는
범죄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장애 근로자의 경우는 이같은 부작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가 한 사람의 인간성을 고양시키는 훌륭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