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대방동에 사는 김모씨(여.35)는 "이산가족"이 됐다.

구조조정바람으로 남편의 근무지가 지방으로 바뀐 것.

남편은 토, 일요일에도 잔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달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않다.

철 모르는 어린 아들은 초췌한 아빠를 "무서운 아저씨" 보듯 한다.

김씨는 남편을 따라 부산으로 이사하려 하고있으나 마음처럼 안된다.

전세를 빼려해도 세입희망자가 없다.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1년이상 남았으니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최근 이와 같은 "IMF이산가족"이 늘고 있다.

IMF이후 정부와 기업들이 구조조정차원에서 직원들을 빈번하게 지방에
발령하면서 주말부부 주말가족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중에는 기약없는 "별거"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범은 부동산경기침체로 인한 전세가격폭락.

전국적으로 전세매물이 넘쳐 나면서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가격이 몇개월
사이 절반수준으로 급락해도 매물을 찾는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IMF한파로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생긴 전세대란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있는 것이다.

목동7단지내 백두산부동산측은 "전세대란이후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겨 이사를 가려해도 전세가
빠지지 않아 남편과 헤어져 사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약이 끝나 법적으로 대항이 가능한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에 사는 맞벌이부부 남모(남.39세)씨는 공무원인 부인이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발령이 나면서 서울과 인천에 따로 살고 있다.

지난 25일로 전세계약이 끝났으나 다른 전세입자를 들이지 못한데다
집주인이 여유자금이 없어 전세금을 돌려받지못했기 때문이다.

계약당사자인 남씨는 전세가 나갈때까지 주민등록지 변경이 불가능해
인천에 그대로 살고 부인은 일산신도시에 방을 얻어 직장에 출퇴근하고 있다.

아이들은 서울 부모님집에 맡겨두고 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부동산컨설팅 김정훈 팀장은 "최근들어 전세금반환과 관련, 하루에도
5건이 넘는 문의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며 "이 가운데 2건정도는
근무지이전과 관련 몇개월씩 두집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하소연"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제난으로 무작정 가출하거나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서 귀향하는
가장들도 많다.

< 김동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