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다시 벼랑끝에 섰다.

주가 400선이 한때 붕괴되는 위기에 처했다.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최대 매수세력이었던 외국인마저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는 금융권과 기업구조조정 등 한시가
급한 문제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두고 있어 자칫 증시붕괴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금융불안은 물론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종합주가지수는 6일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전일보다 3.86포인트가
내린 402.39로 끝났으나 전장한때 400선을 밑돌았다.

최근 2주일 사이 주가가 100포인트 가까이 내렸지만 주식을 "사자"는
세력이 거의 없다.

400선 붕괴가 임박한 이날 외국인은 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증시침체 배경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일본의 엔화 불안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노사갈등과 기업 구조조정 지연이란 내부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기업의 정리해고 문제까지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도록 종용하고 있는 정치권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외국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이 증시를 떠나면 외국인
M&A와 외자유치를 통한 구조조정 계획이 자칫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기업의 구조조정없이는 펀드멘털(경제기본) 개선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증시침체가 지속되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금리 환율도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윤희육 교보투신운용사장은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금리는 안정세이지만
우량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평균 조달 금리는 아직도 30%를 넘는
곳이 많다"며 "살인적인 금리에 증시침체마저 겹친다면 조금조달이 더욱
어렵게 된 기업도 벼랑끝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안정을 통해 금리를 낮추고 대량 실업을 막아보자는 것이 정부 구상
이지만 기업구조조정과 금융시스템 복원등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만
한다면 증시부터 파열음을 낼 것이란게 증권전문가의 진단이다.

김지완 부국증권 사장은 "외환위기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설사 외국인
M&A가 이뤄지더라도 헐값 처분이 불가피해진다"며 "따나려는 외국인을
붙잡기 위한 가시적이고 강력한 정책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허정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