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6년전 창업한 벤처기업을 미국 루슨트테크놀러지에 무려 10억달러에
매각한 유리시스템즈 회장 김종훈.

그는 이제 만 37세의 나이다.

6년전 집을 저당잡히고 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 마련했던 창업자금은 고작
40만달러.

지금은 5억1천만달러(약 7천1백억원)라는 천문학적 재산의 소유자로
탈바꿈한 그는 미국에서도 "통신업계의 빌 게이츠"로 불린다.

김 회장은 한순간에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지난해 미국 비즈니스위크지(5월26일자)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정킴(Jeong Kim)이란 이름으로 소개됐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97년도의 미국내 초고속성장 1백대 벤처기업중
1위를 차지한 결과였다.

그는 중 2때인 지난 75년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코리안 아메리칸
이다.

고교시절엔 공부에 매달리면서도 경제적 독립을 함께 해결해야 했다.

낮에는 공부하면서 중장거리 달리기와 장대높이뛰기같은 운동을 하고 밤엔
세븐일레븐 등에서 풀타임으로 일했다.

그런 "뚝심"으로 그는 존즈 홉킨즈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 5년만에
응용물리학 석사과정을 끝냈다.

대학시절에도 그는 가만 있지 않았다.

해군 핵추진장교후보생(NUPOC)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MIT공대 입학만큼이나 어렵다는 이 시험에 합격해 대학졸업후 군복무를
한다는 조건으로 2년동안 매월 1천여달러의 돈을 받고 다녔다.

해군에 입대해선 하루 18시간씩 "악착같이" 공부해 핵잠수함 승선장교가
됐다.

지미 카터 전대통령마저 실패했던 코스였다.

해군을 제대하고 메릴랜드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낸뒤 김 회장이
창업한 것은 92년 2월6일.

당시 그는 5가지 목표를 세웠다.

먼저 컨설팅으로 돈을 모아 커뮤니케이션 제품생산에 착수, 군수분야부터
진출한뒤 민간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게 4가지였다.

마지막은 5년안에 기업을 공개해 2천만달러 이상의 돈을 번다는 것.

유리시스템즈가 기업을 공개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은 지난해
2월5일.

창업한지 정확히 5년만이었다.

초고속교환기(ATM)을 만드는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매출액 3백85%,
당기순이익 4백10%의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한 가지"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그는 스스로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또 ''남들에게 미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그의 성공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해군에 근무하는 동안 3년간 핵잠수함을 탄 덕분에 이같은 창업전략을
터득했다는 것.

남들이 안하는 분야에 먼저 뛰어들어 억만장자의 꿈을 이룬 김 회장.

그는 이제 세계최대 정보통신 장비업체의 최고경영자로 우뚝 서게 됐다.

유리 시스템즈가 6월 루슨트 테크놀러지에 합병된후 이 회사의
데이터네트워킹 시스템그룹내 이동통신 네트워크사장을 맡게 된다.

지난 27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1면 박스기사를 통해 "세븐 일레븐
에서 야간근무를 했던 고학생의 기업가정신이 마침내 실현됐다"는 내용으로
이같은 김 회장의 인생역정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월 김대중대통령 취임기념행사의 하나인 "정보통신기기산업의
활성화방안"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했다.

또 국내 정보통신 중소기업인 델타정보통신 오피컴 켐텍시스템 등과 기술
협력을 추진해 왔다.

지난 3월엔 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벤처동아리에 매년 1백만달러의 사재를 내놓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 손희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