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의 정치개혁이 좌절된 것은 국민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진보적 개혁을 꿈꾸면서도 실제로는 보수적 개혁에 머문 것이 이들의 한계
였다"

사학자 박광용(47.가톨릭대교수)씨가 18세기 조선정치사를 다룬 "영조와
정조의 나라"(푸른역사)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진정한 사회통합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이념과 지역주의, 문벌의식
을 타파해야 하는데 영.정조는 그렇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북학파와 서학파 강화학파 등을 개혁주체세력으로 결집하지 못하고 과거제
및 토지개혁 상공업강화에 실패한 점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박씨는 영.정조의 탕평정치를 중심으로 조선정치사를 재조명한 이 책에서
20세기말 한국정치가 "벤치마킹"할만한 8가지 교훈을 보여준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사는 만사".

저자는 당파에 관계없이 실무에 밝은 사람을 골라 짝으로 활용한
호대쌍거론 등 당시의 인재등용법을 오늘의 사회현실과 대비시킨다.

사대부 계층의 여론을 뜻하는 공론과 일반 백성의 목소리인 여론,
국제화론과 자기정체성론의 본질적 차이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같은 지적과 함께 당시의 역사를 당파싸움론과 후진국정치론으로
매도한 일제 식민사관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붕당은 결집된 공론의 대결이지 개인적 다툼에서 비롯된게 아니었으며
동.서인 분열도 "구시대 지도자가 신시대 지도자로 변신할수 있는가"에
관한 대결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권력다툼식 "통치"가 아니라 공존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치"
로서의 탕평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고두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