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마비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고물가속에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건설업체부도로 짓다 말았거나 완공이 늦어지고 있는 아파트가 전국에서
13만 가구로 늘었다.

예년 같으면 하루에 승용차를 4-5대 팔았던 모 자동차회사 영업소는 요즘엔
하루 1대라도 팔면 다행스러워 한다.

영업소직원들의 실적이 목표의 20-30%에 그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기계업종은 한달에 3백개씩 쓰러지고 있다.

작년 월평균 부도업체수는 1백25개정도였다.

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 실장은 "흑자부도마저 늘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말라붙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금마련을 위해 중고기계를 외국에 팔아주겠다는 해외알선업체도 생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계가 은행돈을 빌리는데 담보로 잡혀 있어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멘트업체들은 생산을 대폭 줄였는데도 재고가 작년보다 30-40% 많은
수준이다.

제조업전체 가동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노트북이나 PC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현대전자 등 PC업체들이 이달들어 20일까지
판 데스크톱PC와 노트북은40만5천여대였다.

작년 같은기간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업체들이 내수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다.

수출가격이 떨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송물량이 뚝 떨어짐에 따라 경유소비도 1.4분기중 32.8% 감소했다.

IMF형 소비시대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고급제품소비도 고개를 숙였다.

1.4분기중 위스키는 49만6천상자가 팔려 작년 같은기간보다 40% 줄었다.

서울 롯데호텔 지하 양식당 베네치아에는 점심때마다 10개이상 테이블이
예약되곤 했으나 요즘은 7-8개 이하로 줄었다.

점심을 분식으로 떼우는지 지난 3월 국수판매량이 작년 3월보다 48.8%
증가했다.

몸을 추수린다는 봄철 국내 최대 한약시장인 서울 경동약령시장도 한산하다.

한약사 김영철씨는 "예전에 3,4월이면 보약을 매일 서너제씩 지었으나 요즘
에는 사나흘에 한제 짓는 정도"라고 말한다.

재래시장과 백화점도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10년째 옷을 팔아온 서용만씨는 "당장 점포를 닫고 싶어도
점포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3월중 남녀 기성복 출하량이 33.3% 감소했다는 통계에 대해 "실제 감소량은
절반을 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해관 그랜드백화점사장은 "그동안 비축해 놓은 가계여유자금이 말라가고
있다"며 "매출부진은 더 심화될 것같다"고 전망했다.

"주가도 폭락하고 실업자도 2백만명으로 늘어난다는데 언제나 손님이 늘지
모르겠습니다"

상점 주인들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