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4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20층 경제인클럽.

"구조조정협의회" 첫 회의가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구조조정협의회 명칭에 이의
있습니까"고 물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참석자는 30여명.

자산순위 30대기업과 회장단사사의 구조조정담당 부서장들이었다.

기조실장회의 때엔 보이지 않던 얼굴이 많았다.

직함도 구조조정본부장 구조조정TF팀장 등으로 다양했다.

회의장은 텅빈 홀 한복판에 책상을 붙여 만들었다.

식사대접도 없었다.

실무회의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속을 보면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

회의를 주도하는 10대그룹의 경우 쌍용 외에는 옛 멤버 그대로다.

박세용 현대종합상사 경영자문위원회간사 이학수 삼성전자 구조조정본부장
김욱한 대우 최고경영자협의회부속실장 이문호 LG화학구조조정본부장 손길승
SK텔레콤부회장 등 5대그룹 기조실장들은 소속과 직함만 바뀌었다.

기조실장회의가 간판만 바꿔단 셈이다.

대기업들이 기획조정실을 주력사로 축소 이관한 것이나 매한가지다.

그래선지 전경련은 협의회를 만들면서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는 듯했다.

당초 "구조조정본부장회의"로 정했다가 "협의회"로 바꾼 것은 이런 고민의
흔적이다.

협의회는 회의와 달리 "결정"은 하지 않는다.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고들 한다.

정부가 새 규제를 만들어도 기업은 금방 적응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비용이 새나간다는 점이다.

지금은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때다.

명칭 하나로 서로 "눈치주고 눈치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권영설 < 산업1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