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이날 정부의 "구조개혁기획단" 설치계획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들이었다.

금융기관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살생부"마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놀랄 일도, 기대할만한 거리도 못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추진력" 만큼은 보강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금융계는 무엇보다 경제대책조정회의내에 구조개혁 소위원회를 구성해
관계부처간 협조가 필요한 사항을 협의, 조정키로 한 대목에 주목했다.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정리되지 않은 정부의 정책발표로 예금이탈 등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소위원회를 통한 불협화음 조율로 잡음이 다소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구조조정 "일정"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괜히 고객과 금융기관종사자들에게 겁만 주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한 감독기관 관계자는 "금융기관 문을 닫는거야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겠지만 과연 그만한 준비를 짧은 시간내에 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제와서 기획단을 설치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그동안
아무일도 안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에 못치는 12개은행들은
회계법인이 20~40명씩을 투입해 장부를 뒤지고 있는 탓인지 이날 발표의
행간을 읽으려 애쓰는 표정이었다.

일부 은행들은 이날 정부발표의 골자를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분석하고
경영개선계획을 제출직전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 허귀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