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내에 경제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장.차관급 소그룹협의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진행되는 경제대책조정회의에 앞서 해당부처,
당정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새정부 출범이후 국정운영의 중심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경제계에선 새정부 경제정책을 "12인그룹"이 주무른다는 얘기가 나돈다.

12인그룹에는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등 세 위원장이 들어간다.

청와대에선 강봉균 정책기획수석 김태동 경제수석의 양날개에 대통령
경제고문인 유종근 전북지사가 낀다.

당정협의채널인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 경제장차관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 여소야대상황에서 제목소리를 내는
한나라당 이상희 정책위의장 등은 정치권 경제3인방이다.

12인그룹은 몇명만 모여도 나름대로 막강한 소그룹이다.

또 12인이 친소를 가려 따로 갖는 비공식모임도 무시할 수 없는 의사
결정체다.

우선 전반적인 경제정책조율을 위해 이규성장관 진념위원장 김태동수석
강봉균수석 등 "4인회동"이 있다.

이들은 실업대책뿐만 아니라 장.단기 거시경제 운용방향을 심도있게 토의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경기부양시책을 쓰지 않겠다는 정부방침은 여기서
결정됐다.

최근 모임횟수가 늘고 있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금융.기업구조조정 촉진방안"도 "4인회동"에서
대여섯차례의 논의를 통해 걸러졌다는 후문.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그동안 이규성장관 김태동수석 이헌재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3인회의"가 주로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구조개혁기획단이 공식출범하면서 강봉균 김태동수석이 합류,
"5인회동"으로 바뀔 전망이다.

공식적인 협의채널로는 경제장관간담회가 있다.

새정부들어 한때 폐지됐다가 토론식 경제대책조정회의가 갖는 약점을 보완
하기 위해 다시 부활됐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정부내 협의체의 특징은 이규성 재경부장관이
논의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이 이 장관의 업무스타일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세평도 있지만
힘을 실어준 것도 사실이다.

이밖에 차관급으로는 정덕구 재경부차관 윤원배 금감위부위원장 이건춘
국세청장 등이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그룹에서 소외된 다른 장관들의 불평도 만만찮다.

정부방침이 사전에 조율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김대통령 앞에서 엉뚱한
의견을 내놓아 곤욕을 치르곤 한다.

이들은 "이너 써클"(비공식 소모임)을 지나치게 활성화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