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서남해 바닷바람에 잡초조차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곳.

밀려오는 파도와 세찬 바람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는 때묻지 않은
천연의 섬 홍도와 흑산도.

자연의 신비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두 섬을 찾는다면 초여름 날씨에 후끈
달아오른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발길이 아마 망설여질테다.

이곳으로의 여정은 목포에서 시작된다.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흑산도까지는 쾌속선으로 2시간 정도.

홍도는 흑산도에서 다시 30분정도 더 바다를 향해 나가야 한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쾌속선이 하루 5~6차례 운항하지만 아직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매일 3번 배가 뜬다.

목포를 떠난지 1시간이면 중간 기항지인 비금.도초도에 닿는다.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한 두 섬은 지난 96년 놓여진 서남문대교로 서로
연결돼 있다.

서남문대교 위에서는 아래로 흐르는 바다를 보며 낚시를 즐기는 재미도
있다.

특히 가을이면 팔뚝 굵기의 붕장어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흑산도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유람선으로 둘러보는 흑산도 주변에는 기묘한 모양으로 깎아지른 바위들이
즐비하다.

이런 명승지를 그 옛날 이름높은 귀양지로 삼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학바위 칠성동굴 스님바위 촛대바위 고래바위 등이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채
희미한 안개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엔 섬을 일주하는 도로가 개통됐다.

육상으로도 흑산도의 아름다움을 접할수 있게 된 것이다.

길이 험한 탓에 흑산도 택시는 모두 지프라는 점이 재미있다.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섬 일주 동안에는 선사시대 지석묘,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 손암 정약전 선생이 유배시절 머물던 집터 등을 만난다.

이중 으뜸은 흑산도 정상에서 내려다본 주변 모습이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은 잊을수 없는 장면으로 머리에 남는다.

흑산도에서 빼놓을수 없는 자랑거리는 홍어다.

흑산 홍어는 육질이 찰진 것이 특징.

막걸리 안주로 먹는 것은 "홍탁",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배추김치와
함께 먹는 것을 "삼합"이라고 부른다.

아쉽게도 요즘은 수량이 줄어들어 흑산 홍어가 귀해졌다.

풍란 자생지로 유명한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연의
보고다.

남문바위 실금리굴 등 한폭의 동양화같은 홍도10경을 유람선으로 둘러보고
있노라면 망망대해에 떨어진 외로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바위 틈틈이 박혀있는 소나무들이 마치 잘 가꿔 놓은 분재같아 보인다.

여름철이면 항구 반대편에 자갈이 깔린 홍도해수욕장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홍도에선 이곳 주민들이 직접 잡아올린 우럭 놀래미 농어 등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만 하다.

<> 여행포인트 =흑산도에는 페리호를 이용,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수도
있다.

페리호는 성수기에는 격일로 운항되지만 요즘에는 목포에서 매주 금요일
한차례만 떠난다.

흑산도.홍도 지역은 안개와 파도가 잦아 배가 결항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날씨를 미리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신월드투어(02-779-0166)와 목포 영진여행사(0631-245-0268~9)는 홍도.
흑산도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 신안=박해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