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전문기관" 한국토지공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방만한 경영과 사후관리부실 등 그동안 쌓여왔던 적폐로 토공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약거부 사업지연에 따른 책임회피 등으로 소비자와의 마찰도
빈번해지고 있다.

현재 토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극심한 자금난이다.

당장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1년동안 무려 3조1천2백억원에 이르는 빚을
갚아야 한다.

총부채 4조여원중 1년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채권이 75%선에 달해 유동성마저
위협받는 실정.

5,6월에는 각각 6백억원의 채권이 돌아오지만 7월부터는 매달 평균 3천억원
을 막아야 할 지경이다.

자칫 "공기업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수요예측 실패도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려 1.4분기 토지공급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의 24%에
불과한 20만2천평에 그쳤다.

대금회수도 작년 동기대비 52%인 3천4백14억원으로 최악이다.

경남 양산신도시 2단계 사업(95만평 규모)중 매각이 안된 55만평에 대해
개발을 잠정 중단하는 등 신규 사업추진도 여의치 않다.

방만한 경영은 서비스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토공이 개발하고 있는 기흥구갈2, 구리토평, 의정부송산 등 택지개발지구가
단지내 하수종말처리장 등 기반시설미비로 사업승인이 반려된 상태.

택지를 공급받은 건설업체는 아파트분양을 무기연기할 수 밖에 없어 택지비
선납에 따른 금융비용만 물고 있다.

구갈2지구에서 택지를 구입한 현대건설 코오롱건설 신안종합건설 등은 이미
두차례나 택지반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토공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거부하자 이들 회사는 소송을 검토중이다.

금호건설은 광주광역시 풍암지구 택지반납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그대로 떠 안고 있다.

대림산업도 강릉 교통지구와 대구 칠곡지구 택지반납을 추진중이나 해약
거부로 고민하고 있다.

토공은 이같은 안팎의 위기를 외자도입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외부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외자유치팀을 발족하고 건교부에 10억달러규모
외자유치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영 및 서비스개선보다는 일시적인 자금차입에 의존함으로써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기업적 경영시스템도입과 고객만족 등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회복은
외면한채 빚을 내 빚을 갚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단기처방만 찾기 때문이다.

무리한 차입경영은 공사설립목적인 "토지개발 및 공급을 통한 균형적인
국토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김태철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