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안정세를 보이던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요즘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임금체불 정리해고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현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가장 큰 요인은 고용문제.

3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1백38만명.

IMF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나타난
수치다.

정부가 예상했던 수치(1백30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따라 노조는 고용안정보장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사업장에서는 사용자의 일방해고에 맞서 파업등 집단행동까지 벌이고
있다.

또한 임금체불이나 삭감문제도 고용문제 못지않게 노조를 자극하는 요인
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하면서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월급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노조가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것.

파이를 나누기 위해 대립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여기에다 2기 노사정위원회출범에 대한 민노총의 반발 역시 노사관계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강성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민노총이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의 철폐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위원회 불참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올들어 노사분규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4월말 현재 분규건수는 30건.

지난해 10건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분규참가자수도 더욱 늘어나 이기간중 3만4천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때 노사가 자기입장만을 계속 고집할 경우 산업현장은
또다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럴 경우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노와 사가 한발짝씩 양보해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노사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은 지금까지 다져온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고용불안에 떨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회사를 살리기위해 임금삭감 등을
참으며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7백80여개사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임금협약타결 인상률은 80년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임금교섭을 타결한 사업장도 어느해보다 높아 1백인이상 사업장 5천4백71곳
가운데 20%인 1천곳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5% 수준보다 훨씬 빠른 진도다.

곳곳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협력적 노사관계 움직임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로 작용할수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노동계나 사용자 모두 올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고용문제를 원만하게 풀어야 IMF 위기를 극복할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의 유한수 박사는 "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때 노사간 대립이 심화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노사가 동반자
라는 인식아래 투명한 기업경영 등으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광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