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재욱 < 한양대교수/경영학 >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이 JP 모건사와 투기적인 파생상품 관련 거래에서
입은 거액의 손실을 둘러싸고 양측의 법정공방이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그 상세한 내용은 앞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차차 밝혀지겠지만 우선
거액의 손실이 발생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지난해 태국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통화위기를 들수 있을 것이다.

이 거래는 TRS(Total Return Swap)라 불리는 장외파생상품으로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대규모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과연 파생상품 거래는 그리도 위험하고 복잡한 것일까.

또 그렇게 위험하고 복잡하다면 왜 파생상품 거래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아 나가는 것일까.

파생상품이란 원래의 기초상품 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파생된 상품을 말한다.

어떤 상품이든지 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이 있는 곳에는 그 파생상품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지정된 가격으로 장래 일정시점에서 일정량의 상품을 인수.인도하기로
계약하는 것을 파생상품 중에서 선도 또는 선물이라 한다.

선도는 당사자간 서로 자유롭게 필요에 의해 위와 같은 상품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밭떼기라 불리는 채소 거래 형태도 일종의 선도계약이라
볼 수 있다.

선물을 일정한 거래규칙에 의해 표준화된 선도계약으로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을 거래하듯이 선물거래소에서 총괄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선물을 장내 파생상품으로, 선도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외화, 채권, 그리고 곡물및 원자재 등의 상품이 파생상품의 주요 기초
상품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환율, 금리, 가격 변동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환율의 일일 가격제한폭이 완전 철폐되었을 뿐 아니라
금리 또한 법정 최고상한선이 철폐됨에 따라 환율및 금리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에 따르는 위험은 기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그 대금으로
1백만달러를 3개월뒤에 받는다고 하자.

현재 환율이 1천5백원이라고 할때 3개월뒤에 받는 수출대금 1백만달러를
1억5천말원으로 예상할수 있을까.

그러면 이 수출업자는 환율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수 있을까.

이때 수출업자는 원.달러 선물시장을 이용하면 환율 변동위험을 적절히
관리할수 있게 된다.

3개월만기 원.달러 선물가격이 선물시장에서 1천4백원이라면 이 수출업자는
3개월짜리 원.달러 선물계약을 맺어 3개월뒤에 받는 수출대금 1백만달러를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1억4천만원으로 환전할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내에 주가지수선물부터 파생상품시장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일부투자자들에게 파생상품은 매우 투기적인 상품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서두에 거론된 국내 증권사들의 장외파생상품 거래사고 역시 파생
상품은 투기성이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줄수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시장에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초상품가격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파생시킨 상품으로 의의가 더 크다 할 것이다.

흔히 위험을 헤지(hedge)한다는 것이 바로 이와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한
위험관리 방안을 일컫는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위험 헤지를 위한 투자자 외에도 일부 투기적인
목적과 차익 거래를 위한 목적의 투자자들이 참가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들은 착실하게 관리만 된다면 시장의 원활한 운영에 오히려
도움이 될수도 있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환경은 모든 변수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과거 안정적인 원자재수급가격, 안정적 고정환율, 안정적 자금시장에서는
생각할수도 없던 위험이 오늘날의 기업경영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규칙적인 원자재가격, 환율, 금리의 움직임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강화에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업 경영자가 모든 위험을 예측할수는 없다.

더구나 원자재 가격과 환율, 금리의 변화 추이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현명한 경영자는 가격변화 추이를 예측하기 보다는 그에따른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다.

파생상품 시장은 이러한 경영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다.

또한 파생상품은 적극적 위험관리를 위한 수단으로써 경영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지, 그 자체로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경영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는 재무이론의 기본 명제인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원리에 입각하여 기업의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위해
더이상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