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5월증시에 기대를 거는 이가 별로 없다.

조정론 일색이다.

증시내부의 수급여건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국내외적인 경제상황도 별로
나아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는 380~440정도의 박스권을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재료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면서 바닥권을 다지는
한편으로 호시탐탐 재상승의 기회를 노리는 한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주가에도 나름대로의 사이클이 있다.

사이클 상으로 보면 5월은 체력비축기에 해당한다.

지난 1~2월의 시세분출 이후 3~4월 두달에 걸친 주가조정이 있었으나
아직은 체력비축이 충분하지 않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과거의 예로 봐도 큰 시세가 난 이후 재상승에 나서는데엔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7개월이 걸렸다.

5월이면 석달째 조정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하루평균 3천만~4천만주인 거래량도 거래바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악화되는 수급 =5~6월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실시된다.

한치도 나아지지 않는 신용경색은 대기업으로 하여금 대규모 유상증자의
길로 내몬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8%의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높여야하는 증권사도 증자 러시를 이루고 있다.

5월엔 1조4천억원, 6월엔 1조6천억원의 주식공급이 예정돼 있다.

고객예탁금이 2조2천억원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수급은 명백한 불균형
상태다.

주가를 받치기엔 체력이 달린다.

<>증시관련 일정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전면 개방과 공기업의 투자한도
확대가 예정돼 있다.

수혜주는 포철과 삼성전자우선주 정도다.

심리적인 효과 이외에 실질적인 증시체력 보강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대외적으론 오는 19일의 미국 연방준비이사회가 관심거리다.

인플레 압력을 줄이기 위해 미국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미국주가 하락, 엔화약세 등으로 한국주가는 물론 동남아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발족하는 구조개혁위원회가 16일까지 금융기관과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는 작업으로 장기적으론 증시에 호재지만
일시적인 충격은 면하기 어렵다.

<>외국인 동향 =일본 엔화의 방향성이 불투명한 만큼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망세는 5월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계 뮤추얼펀드는 3월중순부터 아시아 개도국증시에서 달러자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선진시장으로 대접받는 일본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은 3월중순 이후
주식매도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상황으론 노동계의 총파업이 지뢰밭으로 남아있다.

"노동계의 협력이 없는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는게 외국인의 시각이다.

노사갈등이 격렬해지면 "관망"에서 "매도"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전망 =주가 수준마다 의미있는 명칭이 붙어있다.

400선 이하는 외환위기 국면, 370부근은 주가를 달러로 환산한 외국인
매집국면, 440선은 기술분석상 신뢰도가 인정되는 25일이동평균선이
자리잡고 있다.

500선은 구조조정작업이 가시화되거나 경기호전 전망이 설때 돌파가
가능하다는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현재 여건으로 보자면 종합주가지수 400~500선의 박스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하락추세가 아직 멈추지 않았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380~440선의 박스권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법인부차장은 "지난 3~4월의 주가하락이 경기부진을
부분적으로 반영했으나 지방선거 이후 경제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란
대목을 고려하면 재료를 미리 반영하는 주가속성상 5월중순을 저점으로
재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문 대한투신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주가리듬과 5~6월의 금융위기설 등을
감안할 때 1~2개월 정도의 기간조정은 좀 더 필요하다"며 "주가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5월 증시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 허정구 기자 >

[[ 5월 증시관련 주요일정 ]]

<>2일 - EU정상회담
<>4~5일 - 일본 증시.외환시장 휴장
<>5일 - 구조개혁기획단 발족
<>16일까지 - 구조개혁기획단, 구조조정 기본계획 대통령에게 보고
<>19일 - 미연방준비이사회, 금리인상여부 결정
<>중순 - 노동계, 공기업구조조정시 총파업
<> '''' - S&P 신용평가단 내한
<>5월중 -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전면개방
<> '''' - 스웨덴 캐나다 이탈리아 투자유치단 내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