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화산업에 외국자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영화 음반 등 상품을 직수출하던 형태에서 한발 나아가 극장
서점 등 유통망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예전처럼 상품 하나를 판매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와
영업이 가능한 마케팅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어서 주목된다.

영화시장에서는 UIP 워너브라더스 등 직배사들이 잇따라 상륙한데 이어
최근엔 극장자본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대우는 서울 삼성동 아셈(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회관에 16개의 스크린
을 가진 멀티플렉스 극장을 건설하면서 외국자본을 유치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의 극장체인업체인 UCI 등과 투자상담을 진행중이며
조만간 투자규모와 조건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앞서 제일제당은 지난달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인근에 스크린수가
11개인 멀티플렉스극장 CGV강변11을 개관하며 홍콩과 호주의 자본을 끌어
들였다.

총 3백억원의 투자비중 제일제당이 50%, 홍콩 영화배급사인 골든하베스트와
호주의 극장체인인 빌리지로드쇼가 각각 25%씩의 자금을 댔다.

영화계는 미국의 극장체인업체인 AMC가 최근 홍콩에 지사를 내고 한국시장
조사를 했으며, 일부 직배사들도 국내 영화팬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
으로 극장건설을 검토하고 있어 외국극장자본 진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외국기업들은 멀티플렉스 등 선진적인 유통망과 마케팅기법
을 갖추면 시장규모와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출판계에서도 최근 세계은행(IBRD)이 국내 도서유통시장에 투자를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IBRD는 올해초의 조사결과 대금결제방식 중복거래 등 유통과정의 난맥상만
보완된다면 진출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일본의 도서유통전문업체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다.

일본은 이미 대만 등 아시아 도서유통시장에 대한 진출을 끝냈으며 마지막
으로 한국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IMF로 국내 대기업의 문화산업 투자가 위축돼 있는
가운데 외국자본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금액이나 투자방식이
다양해지는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