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FRB의 권위' .. 철저한 시장원리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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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 피리를 불면 뉴욕은 춤을 춘다"
요즘 월가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 금언의 의미를 실감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흘리는 말 한마디에 월가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경기과열 조짐을 주시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다우존스 지수는 하룻새 1.62%나 고꾸라졌다.
미국경제가 거품이고 드디어 그 거품이 걷히기 시작할 것이라며 전세계가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며칠 뒤인 30일 역시 한마디 말로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기업들의 고용비용지수(ECI)가 올 1.4분기중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면서 "과열 여부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 것이다.
곧바로 다우지수는 1.25%나 올랐다.
미국경제가 거품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FRB가 월가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최고의 "실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 통화가치와 금융시장 질서의 최종 수호자인 FRB에 대해 미국의
5천5백여개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들이 갖는 외경심이 얼마나 큰 지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이 국가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던 작년 12월 하순,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푼 장본인도 그린스펀이었다.
시티 체이스맨해튼 등 내로라 하는 은행의 회장들을 불러 "한국이 일을
당하면 미국 금융계도 무사할 수 없다"며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 외채에 대한
만기연장을 권고했었다.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
클린턴 대통령이나 루빈 재무장관의 입김조차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콧대 높은 월가 사람들이지만 그린스펀 의장 만큼은 거스를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다.
물론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이기에 힘이 약할 턱이
없다.
미국 경제상태에 따라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하지만 FRB가 권위를 인정받는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바로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FRB가 하는 일은 잘 알려져있다.
크게 세 가지다.
공개시장 조작과 금융기관 자금 재할인, 지급준비금 조절이 그것이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다를 게 없다.
두 달에 한번 꼴로 모일 때마다 월가는 물론 미국과 세계 경제계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만 해도 기능은 한은과 대동소이하다.
시중 유동성조절 규모와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선을 결정하는 게 전부다.
다른 게 있다면 독립성이다.
FOMC의 핵심멤버를 이루는 FRB의장을 비롯한 7명의 연준위원회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고 나면 1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그린스펀 의장은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때 임명됐지만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도록 건재하고 있다.
임기가 보장돼 있는 이들에게 외부의 압력이 통할 리 없다.
결정하는 기준과 근거는 오직 "시장원리" 뿐이다.
정치권의 기류나 민심 따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한치도 없다.
무한한 권위와 힘을 갖는 연유도 바로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임기가 멀쩡하게 남았는데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총재가 갈리는
한국의 중앙은행과는 근본이 다르다.
통화정책과 행정지도,그리고 정치권의 개입이 얽히고 설켜 뒤죽박죽돼 있는
한국의 중앙은행과 FRB가 겹쳐져 비쳐지는 요즘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
요즘 월가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 금언의 의미를 실감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흘리는 말 한마디에 월가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경기과열 조짐을 주시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다우존스 지수는 하룻새 1.62%나 고꾸라졌다.
미국경제가 거품이고 드디어 그 거품이 걷히기 시작할 것이라며 전세계가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며칠 뒤인 30일 역시 한마디 말로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기업들의 고용비용지수(ECI)가 올 1.4분기중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면서 "과열 여부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 것이다.
곧바로 다우지수는 1.25%나 올랐다.
미국경제가 거품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FRB가 월가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최고의 "실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 통화가치와 금융시장 질서의 최종 수호자인 FRB에 대해 미국의
5천5백여개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들이 갖는 외경심이 얼마나 큰 지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이 국가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던 작년 12월 하순,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푼 장본인도 그린스펀이었다.
시티 체이스맨해튼 등 내로라 하는 은행의 회장들을 불러 "한국이 일을
당하면 미국 금융계도 무사할 수 없다"며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 외채에 대한
만기연장을 권고했었다.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
클린턴 대통령이나 루빈 재무장관의 입김조차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콧대 높은 월가 사람들이지만 그린스펀 의장 만큼은 거스를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다.
물론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이기에 힘이 약할 턱이
없다.
미국 경제상태에 따라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하지만 FRB가 권위를 인정받는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바로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FRB가 하는 일은 잘 알려져있다.
크게 세 가지다.
공개시장 조작과 금융기관 자금 재할인, 지급준비금 조절이 그것이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다를 게 없다.
두 달에 한번 꼴로 모일 때마다 월가는 물론 미국과 세계 경제계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만 해도 기능은 한은과 대동소이하다.
시중 유동성조절 규모와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선을 결정하는 게 전부다.
다른 게 있다면 독립성이다.
FOMC의 핵심멤버를 이루는 FRB의장을 비롯한 7명의 연준위원회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고 나면 1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그린스펀 의장은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때 임명됐지만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도록 건재하고 있다.
임기가 보장돼 있는 이들에게 외부의 압력이 통할 리 없다.
결정하는 기준과 근거는 오직 "시장원리" 뿐이다.
정치권의 기류나 민심 따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한치도 없다.
무한한 권위와 힘을 갖는 연유도 바로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임기가 멀쩡하게 남았는데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총재가 갈리는
한국의 중앙은행과는 근본이 다르다.
통화정책과 행정지도,그리고 정치권의 개입이 얽히고 설켜 뒤죽박죽돼 있는
한국의 중앙은행과 FRB가 겹쳐져 비쳐지는 요즘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