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경제실정 수사가 한 템포 늦춰지고 있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무더기 출국금지, 압수수색, 밤샘조사 등 무리한 수사에 대한 나쁜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소환자들을 자정쯤 귀가시키고 있다.

밤샘수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대검 청사 불빛이 이를 대변한다.

중요사건 수사때면 불야성을 이루던 대검 청사는 요즘 한밤중이면 어김없이
불이 꺼진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속마음은 아직 변치 않은 것 같다.

변하기는 커녕 불편한 심기를 도처에서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한 검찰고위 관계자는 "몇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사하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환자가) 출퇴근하는 조사로 언제 수사를 끝내겠냐"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경제난을 고려해 수사하겠다는 것도 아직은 공염불이다.

기업인들을 매일 아침 소환해 한밤중에 보내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진을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으면서 언제 경영을 하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경제인 소환조사에 대해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고
있다.

마치 잘못을 언론에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다.

이러고도 검찰은 경제회생에 최우선 비중을 두는 "경제검찰"로 거듭
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도 얼마전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검찰의
환골탈태를 주문한 바 있다.

언제쯤 가서야 새롭게 태어난 검찰모습을 보게 될까.

김문권 < 사회1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