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고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돌아보면서 여러각도에서 지난날의
반성과 또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급속한 속도로 경제가 위축되고 기업의
연쇄도산, 실업자의 급증추세가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국면으로 전개되면서
우리모두를 두렵게 하고있다.

우리가 겪고있는 현재의 상황이 우리경제의 거품과 낭비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구조조정 과정이고 멀지않아 재정비된 우리경제가 다시한번 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면서도 심각한 병고를 겪은 후에 환자의 신체가 평생 후유증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우리 경제, 사회구조의 시스템과 잠재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하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때 항상 환자의 맥박 호흡 등을 면밀히 관찰한다.

마찬가지로 정책당국자들은 경제의 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총통화 등
유동성의 변동을 지대한 관심사로 삼고 있다.

우리 경제는 통화량의 GDP에 대한 비율이 선진국보다 상당히 작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가 우리나라의 어음제도 때문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의 어음 교환 결제액이 30조원 가까이
됐던 사실과 요즈음 기업간 상거래가 어음부도위험 때문에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사실을 생각하면 적정 유동성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화량 산정때
반드시 우리경제 유동성의 주요 구성요소인 민간기업간 어음거래의 위축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 활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구조조정 노력의 필수과목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새로운 부실채권이 금융기관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어음제도가 중소기업의 금융부담을 가중시키고 경기위축을 가속화
시킨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까지 마련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