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4월도 예외는 아니어서 흑자규모가 39억3천2백만달러로
월간실적으로는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지난해 11월이후 6개월연속 흑자를 보였고 올들어
4개월동안에만도 흑자규모가 1백23억달러에 달해 연간목표 2백5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고 한다.

위기극복 캠페인으로 모은 금수출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만족스런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수출증가율이 기대에 못미치는데도 수입이 격감해 큰 폭의 흑자를 보인
결과는 결코 바람직스럽지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다시말해 산업생산의 증가보다 경기침체를 수반하는 흑자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런 양상이 4월들어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다만 외환위기이후 환율인상에 따른 수출증대효과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가 됐다는 기대는 갖고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종래의 수출패턴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염려하지않을수 없다.

또 수출전략을 좀더 새로운 시각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환율상승(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증대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수출단가가 많이 떨어져 물량증가에도 수출금액이 늘지못하고 있고
동남아경제가 외환위기로 수입수요가 격감한 것도 큰 원인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국내의 수출환경 악화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의 경직적인 자금운용으로
무역금융애로가 심각하고, 외환매매수수료등 수출입부대비용이 외환위기이전
보다 3~4배씩 올라있다.

특히 그러한 수출부대비용의 급증은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어 수출의욕마져 저상시키지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1.4분기중의 상품교역조건은 5.5%나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단가보다 수출단가가 더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증가까지 감안하면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대부분 잠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외환경 악화는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그러한 국내요인의 애로시정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

물론 경제전체가 구조조정의 와중에 휘말려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명쾌하게 해결할 여지는 많지않다고 본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궁극적인 수단이 수출증대라는 사실을
좀더 확고하게 재다짐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3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가동률이 65%로
떨어지고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30%이상 줄었다.

실물경제가 더이상 위축될경우 우리의 산업기반이 재기할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여지도 크다.

상품수출뿐 아니라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확대등 중장기적인
공급능력확충에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