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두뇌를 확보하는 것은 21세기 첨단정보기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한 국가내의 기업들 사이엔 말할 것도 없고 국가들간에도 고급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세계 각국에서 온
고급두뇌들이 함께 이룩한 합작품으로 규정한다.

우수한 두뇌를 많이 보유한 국가는 번영하고 그렇지못한 국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게 토플러의 주장이다.

정리 = 정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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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은 워싱턴을 방문했다.

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들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현재 미국의 이민법이 해외 고급두뇌 유치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의 컴퓨터산업이 급성장세를 지속하는 것과는 달리 이 분야에서는
매년 34만여명의 인력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 대학에서 한햇동안 배출되는 컴퓨터분야 인력은 고작
13만여명에 불과하다.

컴퓨터업계의 로비스트들은 연간 6만5천명의 외국기술자에 한해서만
일시적인 비자를 주는 현재의 이민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이민법을 계속 유지한다면 미국 컴퓨터산업 발전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미국 정부가 주창하는 "신경제(New Economy)"의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산업이 고급인력 부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하원에서 외국기술자 고용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미국인의 취업을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어
사실상 도움이 안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이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외국의 고급인력을 끌어들여 산업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지금 고급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은 21세기
미국의 이민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야 하는지를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한손에 들고있는 성경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있다.

"피곤하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이여 모두 나에게 오라"

그러나 이 구절에는 이런 말이 덧붙여져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값싼 노동력을 얻을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1880년 세워졌을 때 미국은 산업화 초기 과정이었다.

값싸고 이동이 자유로운 육체노동자들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미국이 다인종 다민족 국가가 된 배경이 여기에서 싹튼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산업국가들이 아직 완전한 이민 자유화로 가지 못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민족주의나 민중주의 때문이다.

이같은 이념들은 모두 이민자로 인해 일자리를 잃기 싫어하는 노동조합이나
단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논리다.

이민 반대주의자들은 하나같이 문화 인종 종교 등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경험에서 알수 있듯이 외국인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어리석은 게임"을 하려는 것이다.

저기술에 의존한 대량생산 단계에서 탈출해 "제3의 물결(지식산업사회)"로
진행중인 국가들에서는 단순 노동력을 배경으로 한 대량이민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이민의 "탈대량화"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부분에 타깃을 맞춰 마케팅활동을 하듯 이들
국가들은 이민자를 바라보는 데도 정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덜 숙련된 노동자들보다는 핵심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고기술
보유자들을 훨씬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3의 물결" 경제에서 요구되는 고기술은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다.

모든 국가들은 고급두뇌 확보를 위해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두뇌확보 정치학"의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문화 인종등 온갖 "다양성"은 경제발전과 혁신(Innovation)에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이런 다양성이 교육수준이나 기술,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다면 더욱 그렇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만들었던 선조들은 이미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전체 고급인력의 23%가 이민자들이다.

외국 출신 엔지니어들만도 6만~7만여명에 달한다.

미국내 1백대 부자기업가들중 14명이 이민자 출신이다.

그들은 중국이나 대만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한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에서 왔다.

어떤 이민자들은 기존 회사에 취직하지만 상당수는 자기사업으로 출발한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전회장도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와 일약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다.

컴퓨터 어소시에이츠의 찰스 왕 회장도 상하이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와
야채가게 점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12억달러의 자산가치를 가진 거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출신의 산지브 사두는 12세때 자신의 아파트에서 장사를 시작해
거부로 성장했다.

반도체 칩메이커인 ATMEL의 창업자 조지 펄레고스는 그리스 태생
이민자다.

이민자 2세까지 포함하면 미국내 최고경영자들중 상당수가 외부로부터
들어온 이방인들이다.

특히 아시아출신 이민자들이 오늘날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미국이 오늘날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몇몇 사례를 들어보자.

IBM에서 하드웨어분야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안 왕, 반도체 칩의
연산속도를 10억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빌 모우,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가쓰히코 니시와, 초기 타자기를 개발한 데이비드 리 등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민자 출신들이다.

이들말고도 수백명의 이민자들이 미국 근대화초기부터 산업화 과정에
핵심두뇌 역할을 해왔다.

지난 30년동안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놀랄만한 고급기술과 상업적인
성과들은 대부분 이들 이민자의 손에 의해 발전돼왔다.

물론 이들은 혁신이나 기업가정신, 개인의 역량 등을 경시해온 후진국에서
유출된 다인종 고급두뇌들이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이 워싱턴에 몰려가 이민법
완화를 위해 로비를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급두뇌를 가진 이민자를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지식산업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국가들에도 마찬가지 교훈이 될수
있다.

미래로 향한 문은 교육수준이 뒤떨어지거나 덜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들에는 열려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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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28년 미국 뉴욕출생
<>1949년 뉴욕대 졸업
<>1957~58년 포천지 워싱턴특파원.편집장
<>1959~61년 미국 러셀문화재단 객원교수
<>1969년 미 코넬대 교수
<>주요저서 :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동'' 등 다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