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조립PC상가가 깊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용산전자상가내 1천여개 조립PC 전문업체는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을 싼 값에 판매, 실속파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용산PC"라는 이름은 싸고 실용적인 컴퓨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을 정도.

그러나 올들어 조립PC 상가도 심한 IMF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매장이 3백여개에 이르렀던 나진상가의 경우 최근 10여개의 빈 매장이
생겨났다.

입주하려면 2~3달씩 기다리고 매물이 나오자마자 상가 내부에서
자체소화됐던 지난해만해도 생각할수 없었던 현상이다.

영업중인 업체들도 지난해의 40%선으로 뚝 떨어진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조립PC업체 "셈틀마당"의 양경모사장은 "지난해까지 한달 평균 20여대의
PC를 조립해 팔았는데 올들어서는 7~8대 채우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매출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의 저가PC 공세.

지난달부터 대형 컴퓨터업체들이 1백50만원선의 "IMF형 PC"를 내놓으면서
"용산PC"시장을 대거 잠식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용산조립업체에 더 싼값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의 한 조립업체 대표는 "1백40만~1백50만원선인 인텔 MMX 중앙처리장치
(CPU) 장착제품을 70만원에 요구하는 소비자까지 있다"고 말한다.

종전에는 값싼 호환칩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낮춰왔으나
이제는 대형업체까지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더이상 값을 낮추는데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

부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조립업체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모니터와 마더보드등 부품공급업체들은 이제 예전처럼 신용거래를
하지않고 현금만 받고있다.

이에따라 영세한 조립업체들은 대부분 필요한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부품값도 크게 올라 채산성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컴퓨터 부품값은 지난해 가을보다 평균 20%가량 올랐다.

규모가 작은 조립업체들은 이에따른 원가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출혈판매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불황을 넘길 대책이 없다는 것.

이곳의 한 조립업체 대표는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용산
PC조립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조정애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