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미달 12개 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은 여러모로 실현이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수합병이나 외자유치 등 획기적인 자본확충 방안이 없는데다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차입 계획 등도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이 내용을 발표한 은행감독원 이병규 경영지도국장도 "막연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승인여부를 최종결정하는 6월30일이전에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상당수 은행이 고강도 조치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2개 은행들은 BIS 비율 충족을 위해 오는 2000년까지 주로 유상증자나
자산재평가 후순위차입 등을 통해 5조6천억여원의 신규자본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증자에 대한 은행들의 집착은 "감자도 하겠다"는 충청 대동은행의 계획에서
잘 드러난다.

또 실권주가 생기면 대주주 임직원 지역상공인이 매입토록 하겠다며 증자
참여동의서까지 첨부한 은행의 경우도 증자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가를 잘
보여주는 예다.

대량실권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으로 유.무상 병행증자를 하겠다는 곳도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증시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한 이런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후순위채권발행을 통한 차입계획도 "그림의 떡".

이병규 국장은 "은행별로 구체화돼 있지는 않다"면서 "정부가 매입해 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사주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정상화계획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다.

자산재평가도 보완자본확충방안으로 인정되지만 실제 현금흐름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금융감독위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
이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말현재 11조2천3백40억원규모의 무수익여신(6개월
연체이상 여신)을 2000년말까지 6조8천7백79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이 밝힌 부실채권매각(6조7천5백72억원) 대손상각
(4조7천9백54억원)및 담보물처분 등 무수익여신 감축방안 역시 구체성이
없다.

배드뱅크(bad bank) 설립, 특별목적회사(SPV) 설립,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등처럼 "의욕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병은 강원은행 외에는 구체화된 게 없다.

조흥 동남은행이 다소 진전된 입장을 내보이긴 했다.

외국자본유치도 조흥 외환은행뿐이었다.

다만 조흥은행처럼 국내나 아시아지역 진출의사가 있는 외국금융기관과의
합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곳은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외환은행과 코메르츠은행간 합작도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계획제출에만 만족하지 말고 계속 접촉해 합작선을 찾는 노력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자회사들을 일시에 정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팔리더라도 너나 할것없이 물건을 내놓는 상황에선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사실상 추가적인 인원감축계획도 없는거나 다름없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이미 6천4백명가량의 감원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1천명정도만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