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탕감방식이냐, 대출금의 출자전환방식이냐.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방법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태그룹이 채권금융단에 부채탕감과 출자전환을 합한 방식을
골자로한 구조조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기존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방식을
절충한 "제3의 모델"이 성사될지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해태가 채권단에 요구한 것은 두가지 방안.

매각대상에 제과가 포함되는냐 여부가 다를뿐, 매각계열사에 대해선
부채탕감을 해주고 잔존 계열사에 대해선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달라는
건 똑같다.

그동안 부실기업정리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출금의
출자전환방식이 제시됐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세계은행)는 정부에 은행대출금을 출자전환할
경우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여당도 20조원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부실기업정리를 위한 핵심방안으로 확정했다.

또 한일은행은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적극 검토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출자전환은 은행이 기업에 대한 대출금과 기업지분을 맞바꾸는 것을
말한다.

출자전환의 장점은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

은행은 무수익여신을 없애는 대신 기업지분을 확보, 당장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을 덜수 있다.

기업은 금융비용부담에서 벗어날수 있어 정상화를 꾀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이다.

지난 80년엔 산업은행등 채권은행이 한국중공업(구 현대양행)에 대한
대출 3천6백억원을 출자로 전환한 적이 있다.

정부도 지난해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방안으로 산업은행대출금의 출자전환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상기업이 잘될 경우를 전제했을때 얘기다.

기업이 살아나면 은행은 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까지 올릴수 있다.

그러나 만일 기업이 잘못되면 은행과 기업의 동반부실화가 진행된다.

대출금을 한푼도 받지 못할뿐 아니라 주식마저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만다.

이에따라 최근 대안으로 등장한게 "부채탕감방법"이다.

이 방법은 은행이 기업의 부채를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걸 전제로
해외기업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부채를 탕감해주는 만큼 살 기업이 선뜻 나서게되는 된다.

그렇게되면 부실기업을 단기간에 정리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은행도 일정정도 손해만 감수하면 부실여신을 당장 회수할수 있어
유익하다.

이런 장점때문에 진로그룹이 진로쿠어스의 부채를 채권단으로부터
탕감받은뒤 미국 쿠어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채택,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 조흥은행이 성사시킨 쌍용자동차의 매각도 이자를 탕감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한라그룹도 한라펄프제지를 미국 보워타사에 1억7천5백만달러에
팔 때 2천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았다.

물론 한라그룹의 경우 싯가할인 방식이어서 부채탕감과는 개념이 약간
다르지만 이자를 면제받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해태그룹은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부채탕감을 조건으로 주력 계열사를 해외에 매각하는 대신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계열사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다.

이 방법은 대기업이 주력계열사를 매각, 소그룹으로 살아남을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채권은행단의 태도다.

조흥은행의 경우 해외기업에 매각가능성만 있다면 부채탕감을 환영한다는
태도다.

그러나 출자전환에 대해선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해태에 대해 1조원이상의 여신을 가진 종금사들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위해 아무 대책도 없이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마당에 해태마저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신뢰에 의심이 간다는 반응이다.

해태가 제시한 "부채탕감과 출자전환 동시실시"가 어떻게 결론나 부실기업
정리의 제3의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 출자전환및 부채탕감방식 장단점 비교 ]

<>.출자전환

- 장점 : 은행, 대손충당금부담경감.
은행의 기업감시기능제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
은행, 경영정상화후 시세차익 획득 가능.

- 단점 : 은행, 유가증권평가충당금 부담.
은행의 기업지배에 따른 부작용.
기업, ''도덕적해이'' 우려.
은행, 기업부실화때 동반부실 가능성.

<>.부채탕감

- 장점 : 계열사 매각용이.
은행, 대출금 조속회수.
기업 재무구조개선.

- 단점 : 헐값에 매각 가능성.
은행, 대손상각 불가피.
기업, ''특혜시비'' 가능성.

<하영춘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