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 방위산업계가 뼈를 깍는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

냉전종식이후 미국정부의 국방예산이 대폭 줄어든데다 최근에는 아시아
경제위기등으로 무기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따라 록히드마틴-노드롭그루먼과 보잉-맥도널드더글러스(MD)로
대표되는 미국의 양대 방산업체는 인원감축, 민수업체와의 합작, 민수분야
육성등 자구책을 총동원해 위기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잉사의 경우 올1.4분기 수익이 5천4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5억4천만달러)보다 무려 90%나 줄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민수용 항공기분야에서 에어버스와 가격경쟁을 벌인 탓도
있지만 군수시장이 계속 위축되는 사오항에서도 연구개발(R&D)투자는 늘릴
수 밖에 없어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보잉은 이에따라 사업축소와 인원감축등 강력한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우선 오는2000년까지 수익성이 없는 일부 판금및 소형항공기 제작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를 통해 8천2백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매출액중 군수장비 비중을 현재 43%에서 10년후엔 절반으로
낮출 예정이다.

줄어드는 부분은 민수부문을 육성해 채울 계획이다.

록히드마틴도 올1.4분기 매출이 2억6천9백만달러로 작년 1.4분기의
2억9천만달러에 비해 7.2% 줄어들었다.

즉각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거나 민간업체와의 합작이 주된
탈출구다.

그 결과 "C-180수송기" 부품생산라인중 일부에서는 그동안 65일씩
걸리던 조립기일을 단2분에 끝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일부 군사기술을 민간부문으로 넘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투기에 적용되던 피아(피아)식별장치 제조기술을 민간업체에
이전했다.

뉴욕시가 교량이나 터널에 구축한 "이지패스(EZ Pass)시스템"이
그것이다.

이지패스시스템은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지날때 차량에 부착된 통행증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료를 운전자의 은행계좌에서 자동인출하는 시스템이다.

이와함께 러시아와 손잡고 위성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3차원그래픽용
컴퓨터칩 생산을 위해 인텔과 합작연구에 나서기도 했다.

록히드마틴도 현재 50%인 군수장비 매출비율을 10년안에 25%까지로
축소할 계획이다.

미국의 다른 업종들이 경기호황으로 순풍을 타고 있는데 반해 그동안
"철밥통"으로 부러움을 사던 미국 방산업체들이 한파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박수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