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년전 그리스의 한 의사는 유방절제수술을 하다가 악성세포들의
말단부분이 건강한 조직속으로 뚫고 들어가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문득 게의 집게발을 연상하고 이런 악성종양들을 그리스어로 "게"를
뜻하는 "카르키노마(karkinoma)"라고 명명했다.

이것이 오늘날 암의 옛 이름이다.

암은 세포의 성장을 규제하는 통제기능이 뭔가 잘못돼 인체조직의
표면이나 기관의 내벽에서 세포들이 끊임없이 불어나기 시작할 때 생긴다.

뼈 연골 근육 등에 생기는 육종이나 혈액과 임파계에 생기는 악성종양
역시 암이다.

암세포가 치명적인 것은 빨리 자랄뿐만 아니라 급속히 몸안에 번져 다른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대부분 통증이나 자각증상도 없다.

무엇보다 암의 근본적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의학자들은 현재 암을 일으킬 수 있는 20여종의 발암물질을 밝혀냈을
뿐이다.

결국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5년이내에 사망하는 인류의 큰
재앙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임상에 쓰이는 암치료제는 40여종이나 된다.

거의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항암제이지만 탈모 구토
피부변색 등 부작용이 심하다.

미국 하버드 의대부속 아동병원의 주다 포크먼박사가 피공급을 차단해
암세포성장을 막는 2종의 치료약물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혈관확장을 억제하는 "앤지오스태틴"과 암세포 전이를 방지하는
"엔도스태틴"을 암에 걸린 쥐에 주사한 결과 모든 암이 부작용없이
완치됐다고 한다.

물론 1년여의 임상실험이 더 남아있다지만 "찰스 다윈의 연구업적 못지
않게 중대한 것"이라는 노벨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왓슨의 찬사가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년 약 50만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95년에만 6만4천7백여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한해에 평균 5만여명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원인 1위가 암이다.

20세기초까지 인류의 치명적인 질병이었던 결핵이나 폐렴이 항생제 개발로
정복됐던 것처럼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기전 인류가 암에서 해방되기만을
바랄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