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국내기업을 밀어내고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고
있다.

업계 1위를 달리던 국내기업들이 M&A나 부도 등으로 사라지고 있어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기약 등 살충제, 종이기저귀, 종묘 등 일부
업종에서는 다국적 업체들끼리 시장 1~2위를 다투는 외국자본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살충제시장에서는 미미한 시장점유율로 5위에 머물던 다국적 제약업체
한국존슨이 지난달 갑자기 업계 1위업체로 부상했다.

"에프킬러" 브랜드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해온 삼성제약이 부도로
쓰러지면서 한국존슨에 인수된데 따른 것이다.

존슨과 함께 세계 살충제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바이엘도 삼성제약 부도에
따른 시장재편을 기회로 한국 살충제시장 신규진출을 선언했다.

바이엘은 7일 자사브랜드"바이곤"출시기념회를 갖고 국내시장 공략에 착수
한다.

일본합작회사인 유유후마킬러, 미국의 크로락스코리아 등 업계 3-4위
업체들도 생산물량을 늘리고 유통망을 재점검하는 등 여름을 앞두고 한국시장
쟁탈전을 준비중이다.

이에따라 살충제시장에서는 업계 2위의 동화제약이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남아 고군분투하게 됐다.

아기기저귀 시장에서도 점유율 6.6%에 불과하던 한국P&G가 한미 합작회사인
유한킴벌리에 이어 2위로 급부상했다.

P&G가 시장점유율 25%로 업계 2위를 달리던 쌍용제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내 기저귀시장도 세계 양대업체인 P&G와 킴벌리간 빅2의 싸움
으로 재편됐다.

자동차 핸들, 냉장고 문짝 등 자동차및 가전제품 등에 널리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시장주도권도 독일 바스프로 넘어갔다.

국내수요의 절반을 공급하던 한화바스프우레탄을 바스프가 사들인 것.

이로써 국내 폴리우레탄 시장은 독일 바스프,일본 미쓰이와 금호그룹간
합작사인 금호미쓰이 화학(점유율 30%), 미국의 다우케미컬(점유율 20%) 등
3파전이 됐다.

종묘업계에서는 1~3위업체가 모두 외국자본에 넘어가게 됐다.

멕시코의 다국적 종묘업체 세미니스는 국내 1,2위 종묘업체인 흥농과
중앙종묘의 동시인수를 추진, 협상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농은 약 40%, 중앙은 약 17%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3위의 서울종묘가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
노바티스에 넘어갔다.

업계 5위의 프라이스클럽이 미국 코스코에 매각됨에 따라 할인점 업계
에서도 빅5중 3~5위까지를 까르푸, 코스코, 마크로 등 다국적 기업이
점하게 됐다.

2위 업체인 킴스클럽도 외국기업에 매각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킴스클럽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업계 1위인 신세계 E-마트만이
유일한 국내업체로 남게 된다.

이밖에 식음료(코카콜라,펩시콜라,네슬레), 대형 트럭및 버스(스카이나,
볼보) 등 분야에서도 외국업체들의 국내 수위업체 M&A가 추진되고 있어
시장주도권이 외국기업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 노혜령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