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소비자조사 결과의 특징은 두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는 소비불황의 골이 깊을대로 깊어지면서 쇼핑에 나선 고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백화점업계가 세일연장등 고단위처방을 동원하고 있지만 고객들
의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 세일연장등이 백화점들의 올바른 업태정립과
장기성장에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업계에는 남성의류의 매출동향으로 경기수준을 재는 나름대로의
잣대가 있다.

남성의류가 잘팔릴수록 경기가 좋다는 것이다.

한국적 정서의 특성상 가장들은 자녀와 부인의 몫을 먼저 챙겨준 다음
맨나중에야 자신의 것을 사기 때문에 남성의류 매출은 경기수준과 거의
정비례한다는 주장이다.

백화점가의 이같은 속설과 급속히 얼어붙은 경기를 반영하듯 남성의류의
구매비율은 역시 이번세일에서 일용잡화와 함께 바닥을 기었다.

소비자들의 세일참여율이 28.3%에 그친 것이나 신용카드 사용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진 것 역시 곤두박질친 경기의 현주소를 가리킨다고
볼수 있다.

세일연장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할인점 재래시장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백화점업계가 주의깊게 새겨봐야할 대목이다.

소비자들이 싼값에 물건을 사는 것을 싫어할리는 없지만 지나치게 길고
잦은 세일은 쇼핑분위기와 신뢰도및 세일자체의 매력에 마이너스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는 뜻이다.

백화점들이 지나치게 저가판매에만 주력할 경우 할인점 슈퍼마켓 등과의
업태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는 서비스와 상품구색에도 악영향을 불러올수 있다.

백화점업계가 이미지쇄신과 상품력보강 등 자생력제고 방안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직면하고 있음을 이번 조사결과는 시사하고 있다.

< 양승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