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수침체를 수출로 만회하려는 전략이 연초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적어도 올 수출통계로 보면 그렇다.

1/4분기중 완성차수출은 총 26만7천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했다.

반면 수출단가는 평균 7.8% 하락해 전체 수출액이 7.4% 줄었다.

채산성이 그만큼 떨어진 셈이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1월중 7천5백73달러이던 대당 수출단가가 3월중
6천2백91달러로 불과 두달새 1천달러이상 떨어졌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수출담당자는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은 생겼지만 일본차업계
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출증가가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업계는 일본과 지난친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구조가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무역협회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선박 전자 기계 철강 등 24개 품목이
일본과 경합관계(양국 공히 수출50위에 속하는 품목)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분기중 승용차 가전제품 기계 컴퓨터 등의 수출이 고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역협회 신원식상무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24개품목이 97년 총수출
에서 차지한 비중은 43%여서 이들 품목이 일본에 밀리면 수출확대가 어렵다"
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은 엔화약세에 힘입어 관련 품목의 수출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더욱이 우리수출구조는 일부 품목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수출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

97년중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선박 등 5대수출품목이 차지한 비중은
35%로 90년(23%)에 비해 12%포인트 높아졌다.

10대품목이 차지한 비중은 43%였다.

이는 일본(37%) 미국(30%)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상사협의회 관계자는 "올들어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선박 등을 밀어내기식
으로 수출해 수출이 괜찮은 것같지만 이는 결국 통상마찰을 초래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부품목에서 수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출기업의 저변확대도
어려운 형편이다.

수출상위 50개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연구위원은 "구조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대기업이
자칫 생산과 해외마케팅을 소홀히 할 경우 수출전망은 어둡다"고 전망했다.

일부지역에 집중돼온 수출구조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기업은 90년대들어 아세안 일본 중국 홍콩 등을 주로 공략해 왔다.

그런데 아세안지역의 수출은 1.4분기중 31.2% 감소했다.

환율상승에도 수출이 기대만큼 안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수호 LG상사사장은 "대체시장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력을 갖고 신시장개척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위주의 수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연초 무협이 1천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8년 수출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수출기업의 29%만이 자기상표(브랜드)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34%)에 비해 오히려 자기상표수출이 감소했다.

수출업체들이 당장 수월한 OEM방식을 고집하는데 따른 현상이다.

무역전문가들은 일부 품목 및 지역에 의존한 수출구조를 바꾸려면 경공업과
부품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중소기업정책도 관련 중소업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조정돼야 한다.

그래야 89년이후 계속 곤두박질치는 외화가득률(수출을 하는데 필요한
수입을 제외한 국내부가가치 창출비율)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익원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