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

원자력발전 20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국으로 성장했다.

설비용량 1천31.6만 12기의 원전에서 전력수요량의 34.3%를 공급함으로써
원자력발전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전력공급원의 중심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기술자립도가 95%에 이르고
있다.

한국 표준형 원전인 울진 3호기의 준공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기술로 북한 금호지구에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등 원자력 발전이
다른 분야에 앞서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량의 97%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97년의 에너지 수입액은 2백71억달러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은 발전원가중 연료비의 점유율이 12.3%로 다른 발전원보다
훨씬 낮아 그만큼 외화를 절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특히 21세기를 앞두고 재조명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석연료 의존도가 88%에 달해 보통문제가 아니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2000년 이산화탄소 예상증가율이 1백28%로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온실가스감축을 요구해올 것이 분명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택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거리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은 불가피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원전의 안전성향상,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원자력시설 입지확보,
주민의 참여행정, 원자력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수 없는 문제다.

이제 원자력에 대한 접근방법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자력사업 추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새로운 원자력사업 추진은 커녕 기존 원전지역 주민들의
이해나 동의도 어렵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정, 열린 행정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장기적인 국가발전 비전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정치적 리더쉽이 필요하다.

원자력 정보의 신속 정확한 공개와 투명한 정책추진만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원자력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 20년을 맞아 원자력사업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