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톱깎이 업체 대성금속(대표 김형규)이 미국 보잉과 3년여에 걸쳐
벌여온 "777" 상표권 분쟁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어내게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성금속 관계자는 "보잉이 당초 강경했던 입장에서 크게 물러나 양측이
777 상표를 공동 사용키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미국에서 먼저 상표권을 등록했다는 점을 들어 "777 상표권을 줄
수는 있으나 로열티를 내야한다"는 요구를 했었다.
보잉이 이처럼 물러난 것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선등록주의와는 달리
선사용주의를 채택, 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성은 보잉이 이 상표를 미국에 등록한 지난 90년 12월보다 훨씬 앞선
80년부터 국내외에서 이 상표를 사용해 왔다.
물론 대성측도 한발 양보했다.
777 상표를 타원으로 싸고 그 밑에 "Three seven"을 표시, 보잉의 777
상표와 달리 보이게 한다는데 동의한 것.
그러나 이같은 약간의 변형이 미국시장에서 대성의 영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보잉이 비행기내 소품으로 제공할 손톱깎이에 777을 부착한다고 해도 그
영향은 미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성은 지난 95년 3월 보잉의 로열티 요구로 시작된 3년여에 걸친
외로운 투쟁을 승리로 이끈 셈이 됐다.
그것도 연간 매출이 자기보다 1천5백배, 종업원수는 4백배에 달하는 미국의
거대 기업을 상대로 말이다.
대성의 승리는 이 회사가 "작지만 큰 기업"임을 보여준다.
외형은 보잉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손톱깍이에서 만큼은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업체다.
지난해 수출한 손톱깎이 등 미용기구만해도 2천4백만달러.
올해엔 지난해보다 1천만개 많은 8천만개의 손톱깎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속에도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잉이 로열티를 요구하자 즉각 미국 특허청에 보잉의 777 상표등록 취소
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당찬 면도 이같은 저력에서 비롯 됐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정말 외로웠습니다. 길 건너편이 특허청이지만 한번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대성금속 서울사무소 관계자).
민간 기업간 분쟁이긴 하지만 대성의 승리는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에 아무런 일도 해주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
이다.
< 오광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