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중소기업 이야기] (54) '스몰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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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일찍 수술하면 1주일내에 완치된다.
그러나 배가 심하게 아픈데도 항생제로만 버티다간 복막으로 염증이 번져
고생하게 된다.
지금 우리경제에는 맹장염과 비슷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어음제도다.
이 제도는 일제때 본격 도입된 것으로 이제까지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상당히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제도가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로막는 웅덩이 역할만한다.
웅덩이가 썩어들어가는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해두고 있다.
어음이 돈흐름을 막게 된 것은 결제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된데서
비롯됐다.
하도급거래공정법및 기업간거래협력법에 엄연히 60일이상의 어음을
끊어주지 못하게 돼있음에도 전체발행어음의 72%정도가 이를 어긴다.
법에는 어기면 분명히 처벌토록 규정돼있으나 은행의 어음할인규정엔
1백20일이하 어음까지 할인해주도록 해놨다.
법규끼리 모순된다.
때문에 어음결제기간은 갈수록 길어져 연쇄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최근 중소기업계엔 어음결제 장기화보다 더 큰 문제가 나타나 중소기업을
진퇴양난으로 몰아넣는다.
이는 기업간 거래습관에서 비롯됐다.
국내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살때 보통 전체금액의 35%만 어음으로
지불하고 65%는 현금을 줘야 한다.
반면 제품을 팔때 판매액의 65%는 어음으로 받고 35%는 현금으로 받는다.
원료구입 현금비중에다 판매금액 현금비중을 빼보자.65%에 35%를 빼면
20%포인트란 현금공백이 생긴다.
이 현상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지독한 자금부족 증세에 시달린다.
이 현상을 일단 "스몰플레이션"이라고 이름지어보자.
스몰플레이션이란 중소기업(Small Business)에서만 유독 빈번히 일어나는
침체(Stagflation)현상이란 뜻에서 만든 합성어다.
이 현상은 물론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급격히 팽창중이다.
중소기업이 원자재를 사려면 현금없이는 살 수 없고 판매대금은 거의
어음으로 받아야 한다.
20%선이던 현금공백이 60%정도로 커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소기업으로선 원료를 대주는 대기업에 어음을
받아달라고 간청할 수가 없다.
"부도가 이렇게 심한데 뭘 믿고 중소기업어음을 받느냐"고 얘기하면
할말이 없어진다.
더욱이 납품받는 대기업에 "왜 60일이 넘는 어음을 끊어주느냐"라고
항의했다간 다음번엔 하청을 받지 못한다.
일부은행은 더 야박하다.
이미 할인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면 만기일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이처럼 어음제도는 이미 제기능을 잃었다.
맹장처럼 퇴화한 기관이 곪았을 땐 빨리 수술하는 것이 상책이다.
스몰플레이션에 시달리는데도 항생제로 버티다간 "복막염"으로 번져
틀림없이 크게 고생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
일찍 수술하면 1주일내에 완치된다.
그러나 배가 심하게 아픈데도 항생제로만 버티다간 복막으로 염증이 번져
고생하게 된다.
지금 우리경제에는 맹장염과 비슷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어음제도다.
이 제도는 일제때 본격 도입된 것으로 이제까지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상당히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제도가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로막는 웅덩이 역할만한다.
웅덩이가 썩어들어가는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해두고 있다.
어음이 돈흐름을 막게 된 것은 결제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된데서
비롯됐다.
하도급거래공정법및 기업간거래협력법에 엄연히 60일이상의 어음을
끊어주지 못하게 돼있음에도 전체발행어음의 72%정도가 이를 어긴다.
법에는 어기면 분명히 처벌토록 규정돼있으나 은행의 어음할인규정엔
1백20일이하 어음까지 할인해주도록 해놨다.
법규끼리 모순된다.
때문에 어음결제기간은 갈수록 길어져 연쇄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최근 중소기업계엔 어음결제 장기화보다 더 큰 문제가 나타나 중소기업을
진퇴양난으로 몰아넣는다.
이는 기업간 거래습관에서 비롯됐다.
국내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살때 보통 전체금액의 35%만 어음으로
지불하고 65%는 현금을 줘야 한다.
반면 제품을 팔때 판매액의 65%는 어음으로 받고 35%는 현금으로 받는다.
원료구입 현금비중에다 판매금액 현금비중을 빼보자.65%에 35%를 빼면
20%포인트란 현금공백이 생긴다.
이 현상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지독한 자금부족 증세에 시달린다.
이 현상을 일단 "스몰플레이션"이라고 이름지어보자.
스몰플레이션이란 중소기업(Small Business)에서만 유독 빈번히 일어나는
침체(Stagflation)현상이란 뜻에서 만든 합성어다.
이 현상은 물론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급격히 팽창중이다.
중소기업이 원자재를 사려면 현금없이는 살 수 없고 판매대금은 거의
어음으로 받아야 한다.
20%선이던 현금공백이 60%정도로 커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소기업으로선 원료를 대주는 대기업에 어음을
받아달라고 간청할 수가 없다.
"부도가 이렇게 심한데 뭘 믿고 중소기업어음을 받느냐"고 얘기하면
할말이 없어진다.
더욱이 납품받는 대기업에 "왜 60일이 넘는 어음을 끊어주느냐"라고
항의했다간 다음번엔 하청을 받지 못한다.
일부은행은 더 야박하다.
이미 할인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면 만기일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이처럼 어음제도는 이미 제기능을 잃었다.
맹장처럼 퇴화한 기관이 곪았을 땐 빨리 수술하는 것이 상책이다.
스몰플레이션에 시달리는데도 항생제로 버티다간 "복막염"으로 번져
틀림없이 크게 고생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