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발전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IMF사태로 인한 자금차입난으로 투자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착공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 이미 따낸 공사마저 빼앗기지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중공업은 인도 라마군담 석탄화력발전소
(26만kW급 2기)를 2001년까지 건설해 운용키로 하고 지난해 7월 계약을
체결했다.

한중은 투자재원 5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 올해초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외환위기로 해외차입이 끊김에 따라 아직껏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한중 관계자는 "외화차입이 어려워 수출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착공지연을 이유로 사업주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발전설비 업체들이 이 공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사업자를 변경하면 다른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중은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4월초 실시한 담수.화력터빈발전소
건설사업 입찰에서 최저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한중의 설비 기술 자금력 등을 검토중인데 인도의
라마군담 프로젝트가 다른 곳으로 넘어갈 경우 수주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한국전력도 외화차입난에 전력수요 감소로 인한 자금난까지 겹쳐 해외
발전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설 운용 계약을 체결한 필리핀 일리한복합화력발전소
(1백20만kW규모)의 경우 내년 1월 착공을 목표로 투자재원을 조달중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차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말라야
화력발전소(65만kW규모)의 전력 판매수익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키로 계획을
변경했다.

말라야 화력발전소에 대해선 한전이 15년간 운영권을 갖고있으나
성능복구공사가 오는 9월에야 끝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일리한발전소 건설비를 차질없이 조달할 수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기업의 해외 발전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대
대우 삼성 한라등 국내 중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중이나 한전의 해외 발전 프로젝트가 다른 나라에 넘어갈 경우 기자재
납품도 무산되기 때문이다.

<박기호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