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회장 김영만)와 전경련 뉴욕 사무소는 5일
(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포트리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미국 비영리
컨설팅기관인 IESC(국제 최고경영자 경영자문단)와 공동으로 "한국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방향과 전략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는 IESC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미국 기업및 금융계의
전직 최고경영자들이 연사로 참여,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에 외자가 원활하게 유입되고 기업과 금유익관의 구조조정
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무엇보다도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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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헤인 < 전 체이스맨해튼은행 수석 부사장 >

지난 80년대 이후 국제 금융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 왔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규모의 은행간 합병이 벌어졌다.

인수-합병(M&A) 이외에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금융기관간의 짝짓기도
활발히 추진돼 왔다.

대형 은행의 해외진출도 부쩍 활발해졌다.

대상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제 3국에 역외 금융기관(offshore
lending company)을 세워 우회 진출하는 기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한 은행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금융시장에 외국 은행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어 말그대로 적자생존의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고객들도 자국 금융기관에 대한 거래를
줄이고 있다.

은행들은 살아 남기 위해 예대마진을 축소하는 등 "가격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은행들의 상품이 다양해지고 서비스도 개선되는 등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은행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고객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찾아 이리저리로 옮겨 다니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런 환경변화는 한국의 은행들에게 불가피하게 "전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성이 없는 금융기관은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금융기법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의 모든 나라의 금융기관들이
한두차례씩 위기를 겪었다.

미국만 해도 80년대에 저축대부조합(S&L)들의 대규모 부실사고가 있었고
그 이후에도 몇 차례의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왔다 스웨덴도 비슷한
금융기관 부실사고를 치렀다.

현재 한국의 금융계가 맞고 있는 위기는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경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선진국들 뿐 아니라 개도국들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위기란 자산과 부채의 관리에 대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금융상품이 다양해짐에 따라 은행들은 과거와 같이 예금고객이나 투자자를
쉽게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막히는 바람에 파산하는 은행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에따라 은행간 투자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 투자자들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정확한 신용관리 업무다.

대출고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 리스크 평가 등에 기초한 대출승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은행들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과잉고용에 따른 비효율성이다.

은행에 직원이 너무 많을 경우 통제력이 약화되고 전략을 수립하기도
어렵게 된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몰고 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은행의 비효율성은 경영전략과 사업계획이 미숙하고 마케팅이 허약한
데에도 기인한다.

컴퓨터 기술을 적절히 습득하고 배치하는게 긴요하다.

각종 사업에 대한 감사기능을 충실하게 작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은행이 비효율 문제에 빠지게 되는 더 큰 이유는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경쟁은행과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시장을 분할해서 조사하는 등의
작업이 불가결한 시대다.

여기에다 은행들의 자금조달에 대한 전략부재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금을 과학적으로 유치하고,장기성 채무에 대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자산 및 부채의 비율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런 여러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리엔지니어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리엔지니어링은 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신용관리 업무, 전략 및 비즈니스 기획, 감사 등 은행업무 전반을 망라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