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회장 김영만)와 전경련 뉴욕 사무소는 5일
(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포트리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미국 비영리
컨설팅기관인 IESC(국제 최고경영자 경영자문단)와 공동으로 "한국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방향과 전략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는 IESC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미국 기업및 금융계의
전직 최고경영자들이 연사로 참여,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에 외자가 원활하게 유입되고 기업과 금유익관의 구조조정
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무엇보다도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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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스턴리브 < 전 리먼브러더스 파트너 >

한국인은 최근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저력을 보여줬다.

하나는 성공적인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30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국제 투자자들의 수요가
쇄도하는 바람에 10억달러를 초과 발행했다.

이는 국제 금융계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와함께 지난주엔 김종훈이라는 한국계 젊은이가 92년 설립한 유리시스템즈
라는 통신장비 회사를 AT&T에서 분리 독립한 루슨트테크놀러지사에 10억달러
를 받고 매각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은 미국 산업계의 한 복판에서 한국인의 사업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한국인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 사장의 유리시스템즈 매각은 기업간 인수 합병(M&A)의 최근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60년대에만 해도 굴지의 기업들 중 상당수가 개인 기업이었고 증권
시장을 매개로 하는 M&A는 거의 없었다.

80년대엔 부채를 동원하는 적대적 M&A(Leveraged Buy Out)가 성행하기도
했다.

시너지 효과라는 본래적 의미의 M&A는 90년대 들어 제 궤도를 찾기 시작
했다.

최근에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M&A를 통해 기업들은 크게 다섯 가지의 효과를 노리게 된다.

첫째 주가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며 세째 업종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넷째로는 제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다섯째는 기업이 원하는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M&A가 붐을 일으키면서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 전문지인 <배런>이 지난달 20일자에서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의
합병 계획을 보도하면서 "무리한 합병(Merger Mayhem)"이란 부정적인 제목을
단 것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기사는 기업들이 M&A를 전후해 저지르는 잘못들을 지적하고 있다.

합병 효과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부족하고 연관성이 부족한 업종간에
합병이 단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 절감에 치중하는 나머지 수익 창출 노력을 등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많다.

주가를 올리고 기업 수익성을 향상시키며 성장 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선점하는 것도 기업들이 M&A를 통해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의 하나다.

외국 회사를 합병할 경우는 현지 정부가 외국 기업들에 부과하는 규제
조치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현지에서 신뢰 가능한 금융 및 다른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것 역시
국제 M&A의 주요 목표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들어 외국 기업들에 좋은 M&A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체를 효과적으로 매각하기 위해서는 인수 합병을 원하는 투자가들이
신뢰할 수 있게끔 회계 장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사업 환경이 악화됐을 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 역시 결국은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유리 시스템즈의 김 사장과 같이 유능하고 성실한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