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은 활기, 활용은 침체"

국내 캐릭터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산 캐릭터에 대한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IMF이후 문구 완구 등 캐릭터를 사용하는 주요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캐릭터산업은 침체국면에 빠져있다.

국산 캐릭터 개발이 활발해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캐릭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종전처럼 문구나 팬시용품에 양념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외에
제품에 확실한 부가가치를 더해주는 디자인요소"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둘째는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외국산 캐릭터에 지불하는 로열티 부담이
커지며 국내 기업들이 아예 자체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캐릭터들의 약진은 당장 슈퍼마켓이나 문구점의 진열대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참존화장품의 "푸른 개구리", 해태음료의 "깜찍이 소다" 등에 이어
의류업체인 해피랜드, 술회사 국순당 등도 곧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녹색전차 해모수" "둘리나라" "전사 라이온" 등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탄생한 캐릭터들도 다양한 상품에 응용되고 있다.

캐릭터의 사용범위는 눈에 보이는 공산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같은 테마파크에서 천리안의 "캐피"처럼 통신업체,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협회, 대학교까지 홍보용 도구로 캐릭터를 찾고
있다.

서울시는 상징물인 휘장과 마스코트 "왕범이"를 이용한 캐릭터산업을
벌이기로 하고 최근 민간전문업체를 대상으로 위탁업체를 공모했다.

장성군청 역시 산업디자인진흥원(KIDP)과 함께 "홍길동"을 주제로
캐릭터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금강기획 둘리나라 매스 투니버스
에스미디컴 등 전문 캐릭터 개발 및 라이선싱업체들도 활기를 찾고 있다.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캐릭터 하나가 성공하면 다양한 부대사업을 통해
몇배의 이익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캐릭터를 직접 제품에 활용하는 응용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캐릭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던 문구및 완구업체들이 IMF 한파로 잇달아
도산하며 모처럼 상승세를 타던 캐릭터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문구업체이자 캐릭터업체인 모닝글로리와 바른손이
내수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바른손은 9년째 춘천인형극제를 지원하는 등 캐릭터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메세나기업으로서 업계에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캐릭터용품의 주타깃층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씀씀이가 줄어든게 큰 원인이었다.

이처럼 국산 캐릭터 개발이 활발해지는 반면 응용시장이 위축되자 당장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산리오 등 외국계 캐릭터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국내 캐릭터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던 대표적인
라이선싱업체.

월트디즈니는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4백억원정도의 로열티를 수금해가는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그러나 월트디즈니마저 최근 매출이 30~4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워너브러더스 산리오 등 이른바 빅3들도 고전중이다.

금강기획 애니메이션팀의 김승욱 부장은 "IMF이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외국산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국산 캐릭터를
사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경쟁력있는
토종캐릭터를 적극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