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계기로 세계 자동차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자동차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이 무대위로 본격등장한 것이다.

벤츠와 크라이슬러 양사의 합병발표가 나오자 마자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르노는 상용차부문에서 합병한다고 7일 발표했다.

또 폴크스바겐은 이탈리아 스포츠카회사 람보르기니와 M&A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미국 GM은 한국 대우자동차의 주식 50%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푸조와 르노간의 거대합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M&A 바람은 중.소부품업체의 "마이너 머저"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자동차부품회사인 다나는 에실린을 인수하기 위해 36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7일 밝혀졌다.

다나는 이번 합병이 이뤄질 경우 여간 매출액 1백30억달러의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이같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조재편 붐은 무엇보다 시장개방 확대와
국제 경쟁심화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M&A 바람으로 세계 자동차업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조재편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쪽은
일본이다.

실제로 벤츠와 크라이슬러 합병 발표가 나오자마자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일제히 우려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국내 공급과잉 문제로 허덕이고 있는 사이에 이미 경쟁기업들은 몸집
불리기에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발표당일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결국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메가머저의 소용돌이를 피할수는 없게 됐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의 요시후미회장은 "만약 미국과 유럽기업들간
메가머저가 잇따른다면 일본 업체들로서는 소형차로 승부를 걸기 위해 미국
유럽기업들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 업체들과는 달리 미국 GM과 포드는 느긋한 반응이다.

포드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벤츠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은 세계적인
M&A 붐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쳐도 아직은 자신들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다소
여유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업체들도 아시아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군소업체들과의
M&A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유럽은 이런 면에서 구조재편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 뒤떨어진 다수의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M&A에 나설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르노 푸조, 이탈리아의 피아트, 스웨덴의 볼보등은 이미
제휴와 합병 논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정종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