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위기 해결의 핵심관건인 중국 위안화의 안정여부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관계자가 최근 호주국립대학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올
하반기에는 위안화 절하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4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즉각
약세를 나타냈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이 달러화 매집에 나선 것이다.

또 이날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정책당국자로는 처음 위안화 절하 필요성을 제기한 이 인물은
중국인민은행의 수석연구원 이강이다.

그는 이 세미나에서 아시아 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음을
들어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 1.4분기중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13.2% 증가에 그쳤다.

작년 1.4분기때의 25%에 비해 절반수준이다.

이강은 특히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둔화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위안화 절하 압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중국의 실업증가를
들었다.

고용이 안정된 상태라면 수출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중국정부가 그런대로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실업이 늘어나면 중국정부로서도 경기침체를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관련 현재 중국정부가 공표하는 실업율은 5%선이지만 실제 실업률은
이미 8%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국영기업개혁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위안화 절하는 없다"는 것이다.

이강의 발언이 알려진 7일 중국인민은행은 A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다시한번 부인했다.

또 이에앞서 위샤오송(유효송)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은
지난 29일 말레이시아 현지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간은 위안화가
절하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한까지 못박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위안화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는데 대해
외환전문가들은 "당장 올 하반기는 아니더라도 그리 머잖은 장래에 위안화가
절하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한다.

< 임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