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수출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영선 연세대교수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데 수출촉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를 적정수준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폈으면
환란도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란게 그의 분석이다.

수출확대는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강현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은 "수출이 10% 늘면 4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무역협회 상무도 "단기에 많은 외화를 얻을수 있는 방법은 당장
수출을 늘리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수출촉진책으로는 무역금융지원확대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장병주 (주)대우사장은 "DA 등 수출환어음매입이 하루속히 활성화돼야
한다"며 "정부정책의 초점이 실질적인 금융지원확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전에는 외국환은행의 수출환어음매입잔고가 2백20억달러였으나
최근에는 70억달러수준으로 떨어져 자동차 등의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신원식 무협상무는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이 72%로 높기 때문에
외상수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수출금융을 서둘러 풀어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원장은 정부가 수출용원부자재구매용으로 10억달러의 세계은행자금을
배정했으나 조건이 까다로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도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만큼 특단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동오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가용외환보유고를 수출입부문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무역금융을 제공해 이 자금이
중소기업에 원활히 흐르도록 해야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무역금융확대는 WTO(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항목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무역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신후식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역금융이 기업신용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만큼 보조금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경쟁력 및 해외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은 "최근 가격경쟁력회복을 통한 수출확대는
조만간 한계를 맞게 된다"며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오 무역정책심의관도 "수출업계가 가격경쟁력회복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개발및 품질개선노력을 기울여 장기적인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합상사를 통한 중소기업수출지원 등 효율적인 해외마케팅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상명 현대종합상사 상무는 "종합상사의 해외영업력을 대기업 및
중소수출업체들이 공동활용할 경우 해외거점확보에 필요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은 경쟁력있는 제품생산에
전념하고 종합상사는 마케팅에 주력하는 역할분담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역전문가들은 수출활로를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수호 LG상사사장은 "동남아 일본 등의 수요감소로 절대수출시장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종원 (주)쌍용사장도 "교역조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때
수출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익원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