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투자컨설팅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해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기관투자가들이 주가조작으로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검 특수1부(문영호부장검사)는 7일 대한방직의 주가를 조작해온
한신투자컨설팅 대표 우영식씨와 LG화재 해상보험 투융자팀장 박정수씨,
제일은행 자금부 과장 이재수씨 등 5명을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우씨로 부터 3천만원을 받고 이 회사 주식을 대량매수, 일정기간 되팔지
않는 방법으로 주가조작에 관여한 동양화재해상보험 펀드매니저 박기홍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기관투자가들을 작전에 참가토록 끌어들이거나 허위시세
조종주문을 낸 건설증권 용산지점장 김모씨 등 4명을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종목 선택 =우씨는 대한방직이 부동산을 대량보유하고 있어 자산가치가
높고 총 발행주식이 1백6만주에 불과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대주주 지분 50%를 빼면 유통물량이 60만주밖에 안돼 기관펀드매니저를
동원, 30만주를 고정(파킹)시켜놓으면 30만주만으로도 시세조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 개입 =이번 작전의 가장 큰 특징은 기관투자가들이 직접
고가 매수주문을 내고 주식을 매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기관"의 움직임에 약한 일반투자가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 LG화재와 제일은행 펀드매니저들이 사들인 주식은 8만9천주로
유통물량의 3분의1에 이른다.

이전까지는 기관투자가들은 작전기간동안 대량매집한 주식을 보관, 적은
물량으로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와주거나 마지막단계에서 작전
세력이 처분한 물량을 떠안는 "조연"역할만 해왔다.

작전세력은 이를 위해 돈으로 기관투자가를 매수하는 "머니 세일"이나
기관이 보유한 다른 종목 주식을 대신 사주는 "바터"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주가조작 =기관투자가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한 작전세력들은 서로 짜고
매수 매도주문을 동시에 내는 통정매매와 개장 초기 매도주문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매수주문을 내는 허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주가조작의 단골메뉴인 기업인수합병설을 조직적으로 유포,
개인투자자의 뇌동매매를 부추겼다.

이 결과 지난해 1월 7만3천원하던 주가가 5개월만에 16만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작전세력들은 더이상 주가가 오르지 않고 IMF라는 복병을 만나
막대한 손실만 입었다.

< 이심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