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의 아 태담당 총괄 임원인 어니스트 내피어
이사가 4일 한국능률협회 주최,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조찬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내피어 이사는 "당분간 한국의 신용회복은 어렵다"며 "한국의 신용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회복, 재벌개혁, 도덕적 해이해소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피어 이사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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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평가란 채무에 대한 지불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등급평가는 3가지 요소를 반영한다.

첫째는 채무불이행 가능성이다.

둘째 부채 수단(debt instrument)의 특성이다.

발행조건에 맞게 지불이 이뤄질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셋째 상대적인 보호정도다.

예컨데 후순위 부채가 많으면 불리하다.

등급평가에서는 대상기업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면 그만큼 미래지향적인 결과가 나온다.

일반적인 금융기관 평가기준은 크게 두가지다.

비즈니스 리스크와 재무리스크가 그것이다.

해당국가의 직간접 위험요인도 물론 포함된다.

비즈니스 리스크는 은행의 영업환경을 평가하는 것이다.

은행의 경쟁적 우위와 영업환경을 평가한후에는 자산의 질(Asset quality)
을 본다.

이는 금융위기의 가장 결정적 요인이다.

자산에 문제가 생기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력으로 신규자본을 창출해 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수익성도 핵심 신용평가에서 주요요인이다.

그렇다면 한국 은행들의 신용은 어느수준인가.

우선 비즈니스 리스크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도 높다.

이는 한국의 금융시장 환경이 보호적이었기 때문이다.

규제당국 때문에 금융업간 장벽이 있었다는 점도 비즈니스 리스크를 높인
요인이다.

전반적인 경영기술도 국제평균 이하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업들의 차입경영, 취약한 금융시스템, 부실한 감독
기능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일어난 결과다.

최근의 경제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외채에서는 신용이 여전히 부정적이다.

은행과 기업부문의 리스트럭처링에 따른 비용 때문이다.

S&P는 올 상반기에 한국경제가 축소되리라고 전망한다.

부도와 실업율은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이로인해 한국 금융기관의 경쟁력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더 장기화될
것이다.

한국 금융부문의 부실로 인한 정부의 부채부담은 올 연말에 GDP대비 50%에
달할 것이다.

지난 96년말 21%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북한이 붕괴돼 남한에 흡수통일되면 부채부담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98년말에는 순외채가 수출의 70%에 달할 것이다.

특히 이가운데 3분의 2가 단기 부채다.

한국의 외채유동성은 외부쇼크에 취약한 상태라는 얘기다.

참고로 S&P가 한국정부에 노사문제가 계속되면 등급을 낮추겠다는 메세지를
전달했다는 최근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밝혀두고 싶다.

물론 노동의 경직성과 기업구조가 여전히 한국경제 회복에 구조적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사문제 때문에 신용등급을 낮추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국제기준에서 볼때 리스크가 높다.

재벌위주의 대출관행이 주원인이다.

한국정부의 대기업 집중 육성정책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

여기에 신용분석 능력 부족, 은행경영능력 부족, 부실한 감독등 금융기관
자체의 문제점도 금융부실에 한몫했다.

금융감독위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올 연말 1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부실채권 분류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잡고 있는 것이다.

S&P의 보수적인 기준으로 볼때는 이 수준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실채권외에 수익성, 비용지출 등의 면에서도 한국의 금융기관들의
효율성은 국제수준에서 크게 떨어진다.

현재 한국의 은행중 최고 신용등급은 BB+다.

국제 평균 A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은 성숙한 경제기반, 다변화된 수출선, 복수정당제도 등 투자적격
등급을 받을 만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등급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을 회복시켜야 한다.

도덕적 해이도 해소돼야 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민간경제가 약화되면서 경제침체가 깊어지고 장기화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1~3년내에는 한국에 대한 등급의 상향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스템 회복도 금새 일어나기 힘들다.

적어도 3~5년은 걸려야 문제가 회복될수 있다.

정부가 부실채권문제해소에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기간이 단축될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회복을 위해서는 재벌개혁, 도덕적 해이 해소, 취약한 금융기관
폐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떤 시나리오하에서도 한국기업의 도산은 앞으로 몇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 밖에 없다.

금융위기 때문에 실물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정은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등급 상향조정의 기회를 제한할
것이다.

< 정리=노혜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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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피어 이사 일문일답 ]

지난 91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 태지역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업무를
맡아온 내피어 이사는 8일 강연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용회복을
위해서는 한국기업들은 각자 핵심경쟁력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뒤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주께 S&P 한국대표단과 민주노총관계자간 만남이 계획된 것으로 안다.

노동문제가 한국의 금융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현재로선 노동문제로 인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계획이 없다.

물론 노동시장은 신용평가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시장은 신정부의 경제개혁으로 유연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정부에서도 노동문제를 포함, IMF의 개혁프로그램을 성실히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현대, 삼성, 대우 등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기업들의 과다차입은 그동안 한국의 주요 위험요소로 작용해 왔다.

부채비율을 낮춘다면 그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만하다.

그러나 이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부채비율축소를 포함,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내용이 실제 어떻게 실천되는지
예의주시 할것이다"

-한국기업들의 차입경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난해말부터 갑자기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는.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금융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거에 대기업들은 은행에서 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갑자기 이게
어려워졌다.

해외시장에서도 차입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이런 금융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 노혜령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