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외자조달금리를 대폭 낮춰야만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 외채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서울언론재단(이사장 신동호
스포츠조선사장) 주최 만찬강연에서 "2년안에 IMF 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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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금융기관은 제기능을 상실했다.

완전히 정체돼 있다.

자신감이 없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국민들도 앞날을 불안하게만 생각하고 있다.

길은 있다.

가장 중요한 게 외채를 빨리 갚는 것이다.

순외채는 5백50억달러 정도다.

이를 갚기위해 올해 경상흑자를 5백억달러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장가동률을 높여 수출을 늘려야 한다.

한국경제는 여전히 원자재를 사다가 가공해서 수출하는 구조다.

가동률확대를 통해 제조업을 살려야만 서비스업도 살아난다.

경상흑자를 낼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국은 한해 시설투자에 6백억달러를 쏟는다.

현재 공장가동률이 30-40%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이면 시설재수입을
3백억달러 정도 줄일수 있다.

그리고 올해 수출을 작년보다 20%정도 늘리면 수출은 3백억달러 정도
확대된다.

이중 원자재수입등을 빼면 2백억달러정도는 순수하게 흑자증가로 이어진다.

시설재 수입감소 3백억달러와 흑자 증가 2백억달러를 합해 5백억달러
정도의 경상흑자를 낼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으로 우선 외채를 갚아야 한다.

혹자는 지금 시설투자를 안하면 앞으로 성장잠재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 나도 이동통신업에 뛰어들어 투자하는 바람에 해당업체들이
대부분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것을 보라.

지금은 빚을 갚는게 절대 절명의 과제다.

내년에도 흑자를 5백억달러정도 내 외환보유고를 1천억달러까지 늘리면
우리경제는 2년안에 정상화될수 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이유는 신인도를 높여 해외조달금리를 낮추는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수입해다 가공해 파는 구조에선 기업들이 외국에서 빌려오는
돈의 이자를 낮추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기업들이 외자를 조달할때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4%정도(가산금리)를
얹어줘야 한다.

외환위기 전에는 0.5%만 얹어주면 돈을 빌릴수 있었다.

가산금리가 이렇게 오른 상태에선 외국에다 물건을 팔수가 없다.

가격경쟁을 할수가 없다.

국민들이 앞날을 불안하게 생각해 돈을 쓰지않고 내수가 죽고 있다.

내수가 죽으면 실업이 늘고 그로인해 사회가 불안해진다.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실업을 걱정해 보지 않았다.

실업자를 보호하고 그들이 시간을 보낼수있는 시설이 전혀 없다.

돈이 많은 사람이면 모를까 돈 없는 실업자는 갈곳이 없다.

실업을 근원적으로 없애야 한다.

공장가동률을 늘려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업증가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우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

직원들을 거리로 내모는 정리해고는 안된다.

경기가 좋아진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옮긴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실업자들에게 사회보장 성격으로 일정한 금액의 돈을 주는 지금의 실업자
구제방침은 효과적인 대책이 아니다.

실업자를 돕기위해 실업기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업이 생기지 않도록 수출을 늘리고 공장가동률이 높아지도록 지원하는데
정책의 촛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선진국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풍조가 있다.

선진국기준만 좇으면 되는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벤처산업(위험이 크지만 수익도 많은 모험산업)이나 인수합병(M&A)으로
많은 돈을 벌수는 있으나 이것이 전부인양 생각해선 안된다.

우리는 제조업을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대기업이 차입경영의 주범으로만 몰리는 것도 문제다.

일률적으로 매도하거나 좋지 않은 것만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대기업이 돈을 빌려 무엇을 했는가.

대부분 기계를 샀다.

공장짓는데 투자했다.

허투루 쓰지 않았다.

요즘 부채비율 낮추는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돼 있다.

2백%로 낮추라는 요구가 거세다.

어느 나라는 기업부채비율이 50%니 1백50%니 하는 얘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일본제조업체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이던 당시 부채비율이 4백%를
넘었다.

선진국 기준만 외치는데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소중한 기계를 사느라 부채가 늘었다.

이 기계를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게 중요하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더 어려워질수 있다.

선진국들이 80억달러의 제2선자금(IMF 지원자금과 별도로 선진국들이
지원키로 한 자금)을 안주고 있다.

이자를 비싸게 달라고 한다는데 이는 안주려고 그러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신용을 주는데 인색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2-3주전 고위당국자가 2선자금을 안줘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는 잘 모르고 한 소리다.

위험한 얘기다.

미국에 잘 못보이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대우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 바짝 조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1.4분기중 경비는 50% 줄고 인건비는 15% 줄었다.

이로인해 이익이 작년같은 기간보다 2백25% 많은 7천억원에 달했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 정리=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