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몽땅 잘려나가 몸통만 남은 나무를 보다보면 IMF탓으로 어느날
갑자기 원고청탁이 뚝, 끊어진 전업작가들을 생각하게 된다.

서적도매상의 잇따른 부도로 출판사와의 계약이 줄어들고 기업체의 사보가
없어진데다 원고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잡지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싯구가 사치스럽게 들릴
정도로 작가들은 분통이 터지다 못해 허탈한 심정이다.

그동안 정신이 밥먹여주리라 굳게 믿고 오직 글쓰기에만 전념해온 작가들은
이제 고진감래란 말조차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전업작가들에게 글쓰기는 생존이며 생활이다.

글써서 먹고사는 작가들에게 글 쓸곳이 없어진다는 건 살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글 쓸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것도 나라가 할 일가운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작가를 죽이는 사회는 그 사회또한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강한 나라일수록 문화의식이 높다는건 다아는 사실이다.

영국같은 나라는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바꿀수 없다고 한 나라가 아닌가.

경제가 아무리 튼튼하다 할지라도 문화의식이 낮은 나라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문화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흥미위주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를 장사꾼으로 만드는
출판사들이 더러 있다.

문학성이 높은 책이라도 대중성이 없으면 밀려난다.

이런 현상을 접할때마다 문화의 퇴행을 보는것 같아 안타까울 뿌닝다.

모든것이 다 구조조정이 되는 IMF시대에 왜 하필이면 문화쪽은 안되는가
모를 일이다.

사회에 뉴스가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겐 책이 꼭 필요하다.

책은 정신의 양식이다.

그 양식을 제대로 먹고 살았다면 IMF같은 위기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배고픈 IMF시대가 빨리 마감되고 정신이 밥먹여 주는 새 세상이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