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은 8일 현대 삼성 LG SK 등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매우 강도가 높아 구조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주최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 "국가정책과 기업의 구조조정 방향"
이란 강연을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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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들이 수출전선에서 많은 성과를 거둬야 하고 이자 부담이 적은 외자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외환위기 극복은 내국인의 힘만으론 어렵다.

경제체제를 완전한 개방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인수.합병(M&A)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상반기내에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역차별이란 지적이 있는 만큼 내국인들에 대해서도 이를 똑같이 적용할
것이다.

개방경제체제를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가지다.

우선 기업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정부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투명성에 관한한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돼있다.

모그룹이 작년에 국제금융을 일으키려고 시험삼아 96년 결산자료로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보곤 깜짝 놀랐다는 얘길 들었다.

매출액은 47%가 줄었고 자산은 15%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익은 무려 67%나 축소됐다.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각 기업의 신용등급은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

2000년3월에는 결합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내부거래를 없애고 불필요한 계열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에 관한한 정부는 효율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정책목표는 경쟁력 강화다.

그 방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구조조정은 속도의 함수가 아니라 효율의 함수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 보다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에 힘쓰면 된다.

그러면 구조조정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IMF체제는 길고 어두운 터널에 비유될 수 있다.

1백개 기업이 들어갔다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나도 못나오면 우리 경제는
끝이다.

비틀거리는 업체를 돕느라 1백개사가 기진맥진한채 모두 빠져나와도 다를
바 없다.

힘없는 40개 기업은 죽고 60개 기업이 살아나와 햇살을 봤을 때 새로운
생기가 돋아나는 것, 이것이 구조조정이다.

망할 기업은 망해야 한다.

한계기업은 퇴출해야 한다.

최근 우량기업에 나갈 돈이 화의나 법정관리 기업에 지원된다는 지적이
많다.

조만간 화의나 법정관리 기업의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당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 구조조정 속도가 느린 것은 기업들이 아직도 미련이 많기 때문이다.

수지맞는 기업을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이 이런 글을 써 보내준 적이 있다.

"적자기업 팔아서 적자기업 살리자" "내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다"

알짜기업을 팔아야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임을 지적한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현대 삼성 LG SK 등 그룹이 낸 구조조정계획은 강도가 높아 상반기
내에 구조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고용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실업문제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에 생겨났다.

경쟁력을 키워야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기업은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경쟁력제고 작업을 벌여야 한다.

우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가능한 한 일자리를 유지해야한다
(job keeping).

그게 어려우면 근로시간을 쪼개서라도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
(job sharing).

할 수 없이 내보내게 됐으면 재취업과 재취업 교육에 힘써야 한다
(job placement, training).

그것마저 기업이 할 수 없을 때 사회복지(social care)에 의지하는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국제신인도를 높이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최류탄을 쏘지 않으면 안될 시위를
벌인 일은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결코 원리원칙을 무시하며 여론에만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수준을 넘어서면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리=권영설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