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두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판단의 문제가 사법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과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의 강씨 행위는 단순한
정책판단의 잘못이 아니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분명한 범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보고를 묵살하고 IMF구제금융요청을 늦췄으며 IMF행 발표일정에
해당하고 <>기아사태 처리지연 <>외환시장 개입 및 중단지시 반복 <>울산
주리원백화점에 대한 대출압력 등으로 직권을 남용했다는게 검찰이 지적한
범죄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이 정책판단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다.

형법 1백22조에 규정된 직무유기되는 공무원이 고의로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했을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게
법조인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는 점을 되새길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강씨는 IMF행을 늦춰 외환위기를 불러 개인적으로 득을 볼 까닭이 없다는게
너무도 명백한 이상 그의 행위는 순수하고 단순한 정책판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형사소추는 정책판단의
잘잘못을 사법적 차원에서 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단순한 정책판단이 사법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비논리다.

그 결과가 나빴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받게된데서야 정책당국자들의 업무
집행이 과연 가능할 지 생각해볼 문제다.

상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정책수단을 선택했다고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행정부는 물론 국회, 나아가서는 정당활동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 동기가 순수하더라도 판단을 잘못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야당일때 노동법과 금융개혁법개정에 반대했던 현재의 여당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은 역시 국회청문회에서 규명하는 것이 옳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외환위기 책임자에 대한 국민감정을 감사원이나 검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의뢰-형사소추를 결과하게 됐지만 냉철한 시각에서 볼때 결코
문제가 없지만은 않다는 인식들이다.

법의 집행, 특히 형사소추를 국민감정이나 여론에 앞서 법의 논리가
엄정해야 한다.

강경식씨가 외환위기 당시의 경제부총리로서 오늘의 경제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형사소추를 합당화하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논리가 될 수는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