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시장이 불안한 기류에 휩쓸려들고 있다.

일부에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기조로 접어든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외국계은행 딜러중엔 "환율이 중장기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비관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달러당 1천3백원대 환율을 옛일로 돌리는 사람은 분명
많아졌다.

실제 환율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은 암초투성이다.

무엇보다 동남아에 다시 통화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널리 확산
되고 있다.

유혈사태로까지 번진 인도네시아 정정불안도 그렇거니와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S&P가 태국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이에따라 동남아 각국의 환율 주가는 지난주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에도 동남아 통화위기는 국내 외환위기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통화위기가 이웃나라로 번지는 "데킬라효과"인 셈이다.

게다가 일본과 중국쪽의 낌새도 심상찮다.

중국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위안화가 절하될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각은 점점 "절하 불가피"로 기울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약세 또한 쉽게 진정될 것같지 않은 분위기다.

일부 국제금융전문가들은 현재 달러당 1백33엔인 엔화환율이 1백40엔으로
까지 뛰어오를지 모른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엔화및 위안화 동향은 국내 외환시장에 "핵폭탄"과도 같은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상황마저 이같은 외풍이 불어오기에 딱 맞게 돼있다.

민노총이 파업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든가,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든가 하는 것들이 외국인들을 식상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입은 환율안정의 관건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현상은 정반대다.

외국인들이 지난달부터 주식 채권자금을 빼 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내기업들의 달러가수요및 수출부진도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

환율이 오를까 두려워서다.

더욱이 최근 수출증가세마저 둔화돼 달러공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외환시장에 선순환은 사라지고 악순환은 남아있는 형국이다.

물론 도처에 지뢰밭만 깔린 것도 아니다.

외화당좌예금은 80억달러를 넘어섰다.

환율이 오를때마다 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는 달러가 많다는 얘기다.

M&A(인수합병)등 직접투자 자금도 대기중인게 많다.

외환딜러들은 특히 이들 자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1천4백50원선에서 한차례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외환딜러는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저항선이 잇따라 무너질 때 작년 외환위기때처럼 하루 사이에
1백원-2백원 오르는 일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