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영혁신방안을 제시했다.

인위적통폐합은 추진하지않는 대신 예산의 차등배분과 경쟁체제도입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연구기관은 자연도태 되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구체수단으로는 중간감독기구 성격을 가진 연합이사회를 구성하고
연구과제조정은 물론 연구실적및 경영평가를 실시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모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각 부처로부터 분리해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과연 그같은 방법으로 당초 기획예산위원회가 의도했던 연구기관
경영혁신의 정책목표를 달성할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달 8일 연구기관 혁신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할 때만 해도 정부의
문제의식은 출연연구기관이 난립돼 유사중복기능이 많고 그로 인한
예산낭비가 많다는 것이었다.

15개부처산하의 58개기관을 절반정도인 30여개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점에서 물리적 통폐합을 하지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은 각 부처의
반발에 밀린 미봉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하다.

물론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어떤 경우든 기관간의 물리적 통폐합은 많은
부작용이 수반돼온게 사실이다.

때문에 그런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기획예산위원회가 제시한 이번 시안은
논리적인 타당성은 갖고 있는 셈이다.

또 장기적으로 경영혁신을 유도하는 방안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시안대로라면 앞으로 연구기관의 생살여탈권은 연합이사회가 갖도록 돼있다.

그러나 아무리 예산차등배정 등의 수단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정부도 하지
못한 연구기관 정리작업을 연합이사회가 해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럴 경우 불필요한 조직만 늘려 옥상옥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또 기획위원회의 설명대로 인위적 통폐합이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반대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개혁이 성공한 예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하고 싶다.

따라서 누가 보더라도 유사중복기능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우선 통폐합을 통해 정리하고 동시에 기획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을
채택해서 장기적인 경영혁신을 꾸준히 유도해나가야 한다.

예컨대 경제분야에서 국내와 해외를 구분해 연구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나 정책과 실천수단을 분리해 연구토록 전문화시키는 것은 그 구분도
애매할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

이번 연구기관의 경영혁신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기획예산위원회의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개혁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나머지도 모두가 빗나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