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승무"와 "향수"의 시인 조지훈 정지용이 되살아 난다.

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도 가깝다.

하늘에는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이 앞서 흐르고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도 따라 나선다.

세월이 흐를수록 정감을 더하는 시구뿐만 아니라 "세속도시"에 찌든
마음을 맑게 헹궈주는 시심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싱그러운 나들이 길이다.

10일 오전 경기도 마석 송라산록.

신록이 우거진 산 언덕빼기에 70여명의 시인들이 둘러섰다.

17일로 30주기를 맞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본명 동탁)을 추모하기 위해
후배 시인들이 고인의 묘소를 찾은 것이다.

이 자리에는 행사를 주관한 정진규 한국시인협회장을 비롯 김종길
김종해씨등 원로.중진시인부터 이윤학 허혜정 전윤호씨 등 젊은 시인들까지
함께 했다.

이들은 추모시 낭독과 헌화 묵념에 이어 즉흥시를 발표하고 술잔에
꽃잎을 띄워 돌리며 고인의 시구를 외우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위남(77)여사와 차남 학렬씨, 딸 혜경씨가 참석했다.

지난해 ''조지훈전집''을 묶어낸 나남출판사는 이날 전집을 묘소에 바쳤다.

전국에서 모인 시인들은 새로 단장한 봉분을 쓰다듬으며, 힘든 시절을
올곧게 견딘 고인의 ''지조론''에 대해 얘기꽃을 피웠다.

이에 앞서 시전문지 "현대시학"은 5월호에 조지훈의 문학세계와 삶을
재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이 특집에는 "새로 쓴 조지훈론"(이숭원 서울여대교수), "조지훈의
삶과 시"(오탁번 고려대교수)등이 실렸다.

조지훈(1920~68년)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열아홉살 때인 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는 46년 박두진 박목월과 3인시집 "청록집"을 내놓아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으며 이후 "풀잎단장" "조지훈시선" "역사앞에서" "여운"등을
펴냈다.

30대 이후에는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민속학 역사학 등 한국문화사의
토대를 마련한 학자 조동탁(고려대)교수로서도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그의 시세계와 교육자로서의 삶은 96년말 완간된 "조지훈전집"(나남출판사)
에 담겨있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은 15~16일 그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제11회 지용제에서 만날수 있다.

올해 지용제는 멀티미디어시대에 맞춘 온라인 백일장과 문학캠프
열린음악회(이상 15일), 강변페스티벌 문학포럼 옥천한마당 등이 마련된다.

특히 이동원 박인수 임동창 김도향 등이 선보이는 "시와 음악"
"무용과 시"의 만남은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17일에는 미술 서예 사진 공예작품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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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화삼 >>

-목월에게-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호수 1 >>

정지용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 바다 2 >>

정지용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어 나온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여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 없는 모래 밭

< 고두현 기자 /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