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건 국가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인센티브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부와 근로자, 기업간의 관계가 복잡다기해지고 있어
인센티브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제
인센티브제는 단순히 기업 경영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세제도 등의 인센티브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사 초청으로 방한한 멀리스 교수가 지난 7일 본사 다산홀에서
학계 연구소 기업경영인 등 2백여명을 대상으로 "기업경영과 인센티브"를
주제로 특별강연한 내용을 요약한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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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업경영에서 인센티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주체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할 때는 더욱 중요하다.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 농부의 사례를 보자.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이후 농산물 산출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문화혁명이 끝나고 농부들에게 생산물의 일부를 갖도록 하자
생산성이 급속히 상승했다.

대학 교수들의 연구실적에 대한 예도 있다.

대학교수들에게 종신계약의 조건으로 연구실적을 따지겠다고 하자 논문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실적을 평가할 기준이 모호해 교수들이 논문의 페이지수를
전에 비해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센티브는 이처럼 어느 조직에서든 변화를 가져다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하는 문제다.

조세제도를 만드는 정부를 보자.

정부와 국민사이에서는 조세제도가 인센티브다.

조세제도에서 시민들은 선택의 폭이 별로 없다.

일방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근로자나 기업인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나라는 소득에 대해 매우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스웨덴은 60~80년대까지 근로소득세율이 매우 높았었다.

이 때문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탈세를 하고 프로테니스 선수가 프랑스로
이민을 가기도 했다.

1천크로나를 벌면 2백크로나만 남게 돼 근로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율이 높으면 사람들은 소득을 창출하지 않는 다른 행위에 몰두하게 된다.

스웨덴에서는 시인이 사업가나 테니스선수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세율을 결정할때는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세율이 높으면 적어도 처음에는 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이중 일부는 세금이나 소득공제를 늘려주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세금을 내지않게 된다.

따라서 세율이 높은 조세제도를 채택하면 사람들이 일을 덜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세수도 줄어든다.

생산성도 높이고 세수도 늘리려면 조세에서도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보수(봉급)체계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소득은 그들이 한 일의 양에 의존한다.

성과급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항상 적용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항상 정확하게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행위 주체에 대한 정보가 모자란다는 말이다.

세일즈맨의 경우에는 가능하다.

얼마나 팔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업무성과에 비례해 보너스를 지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업이윤과 보수를 연계시키는 작업은 실제로는
상당히 어렵다.

부서별로 하는 일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도 없고 성과평가도 간단치 않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기업경영, 발명, 훌륭한 의사결정의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같은 행위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받는다.

발명에 대해선 특허권이 보장된다.

발명가는 자신이 발명한 모든 부분에 대해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기간 동안만 가능하다.

경제학자들은 특허권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장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해왔다.

그러나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산업의 종류나 발명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한다는 것도 일종의 발명이다.

기업을 조직하는 데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생산물이 어디로 가고 누가 가질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활동에 대해서도 보상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신주를 발행했을때 얻는 수입 등이 그것이다.

또 독점이윤과도 연계될 수 있다.

시장을 장악할 경우 그 회사에 대한 평판이 달라진다.

보상을 받는 것은 경쟁상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기업경영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

스포츠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츠맨은 상대와 직접적으로 경쟁한다.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사람은 패하게 된다.

그것은 그들의 소득에 크게 영향을 준다.

가장 빠른 달리기선수의 경우 그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 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그가 가장 빠른 달리기 선수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그가 2위의 선수보다 더 잘 달린다는 것이고 2위의 선수는 1등을
한 선수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맨에게는 돈도 있지만 남을 누른다는 분명한 인센티브가 더 있다.

기업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싸고 더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시장을 더 장악할 수 있다.

다른 상품보다 경쟁력이 있다면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완전히 독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얼마나 좋은 것을 만드는 지는 덜
중요하다.

즉 화폐적 인센티브와는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앞서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1등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다른 선수들은 굳이 힘들여
달리지 않으려 할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1등이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화폐적 인센티브에 의존해야 한다.

만약에 기업경영이 소위 말하는 실질적 경쟁(real competition)에 의존할
때, 즉 이윤을 얼마나 내느냐 하는 점보다 살아 남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조세나 보수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경쟁"이라는 인센티브가 가능할 때는 화폐적 인센티브는 별로 유용하지가
않다는 말이다.

똑같은 논리가 발명가에 대한 보수나 기업의 주주가 최고경영자에게
지불하는 보수에 적용될 수 있다.

분명히 화폐적 인센티브는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 기업내에서 그 사람이 속한 부서가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 하는
성과척도에 연계돼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에서 몇몇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있다.

사업가나 기업가가 상당히 많은 소득을 벌고 있을 경우 돈을 더 벌려고
할까 하는 점이다.

더이상 돈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종류의 보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건 금전적인 대가보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인정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소비에서도 그런 예가 있다.

자선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돈이나 새로운 상품보다는 훌륭한 예술작품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비화폐적인 인센티브가 된다.

따라서 예술작품은 그 자체가 갖는 상품성뿐아니라 건전한 인센티브제의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조세제도를 활용하면 체류기간을 최소로 줄여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탈세가 아니라 절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건 정부가 원하는 만큼 조세제도가 작동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역사적으로 과연 인센티브 제도가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는지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인 증거를 보면 그 결과는 분명치 않다.

일본같은 경우 인센티브는 약간 특이한 방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인센티브가 몰린다.

일본은 오랫동안 고성장을 유지한 나라다.

고성장을 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화폐적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동해왔다.

그러나 스웨덴과 같이 인센티브가 강력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한동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여러 국가를 비교해 본 결과 역시 "자유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센티브가 과연 효과를 냈느냐 하는 점을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폐적 인센티브가 기업경영이나 혁신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확실하다.

[[ 제임스 A 멀리스 교수 약력 ]]

<>36년 영국 스코틀랜드 출생
<>57년 에든버러대학 수학석사
<>63년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
<>66~68년 파키스탄 경제개발연구소 자문관
<>69~95년 옥스퍼드대학 교수
<>95~현재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88년 왕립학술원 종신회원
<>9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97년 경(SIR) 작위 수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